
유럽사법재판소가 지난주 미국과 유럽연합이 맺은 ‘정보공유 협정’을 무효로 판결하면서 개인정보 국외이전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 사법당국이 유로존 시민 개인정보의 미국 이전 불가방침을 내리면서 미국 IT기업은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EU가 개인정보 보호에 중점을 둔 판결을 내리면서 개인정보 국외이전에 관한 우리 정부 대응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 인터넷 기업에 미칠 영향
이번 판결로 유럽에 진출한 미국 IT기업 손실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차드 컴블리 링크레이터 로펌 변호사는 “수천개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는 협정인 세이프하버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로 해당 기업이 지불해야 할 추가 비용이 수천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미국 클라우드업체가 이번 판결로 시장 10∼20%를 유럽 내 경쟁업체에 내줄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기업 손실이 엄청난 만큼 이번 판결을 미국과 유럽간 경제 전쟁으로 보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번 판결은 미국이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 폭스바겐에 리콜 명령을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이번 리콜로 세계 각국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디지털 싱글 마켓을 두고 벌이는 경제 전쟁으로 봐야한다”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페이스북에서 유럽 친구를 볼 수 없다”며 “유럽을 미국 기업 영업에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미칠 영향
EU 판결이 개인정보 보호에 중점을 둔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정보에 관한 법·제도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사이트 가입시 개인이 동의하면 글로벌 기업이 개인정보 데이터를 외국으로 가져갈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17조 3항에 따르면 개인 동의를 받으면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국외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세세하게 정보보호 동의 항목을 읽는 이들이 적어 개인정보가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아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강태욱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동의를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EU처럼 국가가 나서 조금 더 개인정보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 동의없이 정보가 해외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김경환 민후 변호사는 “유명 클라우드 서비스 경우 서버가 일본에 있어 고객정보가 전부 일본으로 넘어가지만 이를 고지하는 경우는 거의 못봤다”며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좀 더 강화돼야 된다”고 밝혔다. 장한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정부에서 하나하나 심사하는 것도 지나친 규제라고 볼 수 있어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며 “TF를 만들어 개인정보보호 부분을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사건이 단기간에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EU처럼 다른 국가와 정보공유 협정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경환 민후 변호사는 “국내에는 정보협정이 없어서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한 행자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이번 사건으로 국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