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업이 출혈경쟁 대신 상생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들이 힘을 모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이들 기업은 R&D 전담팀을 비롯해 해외마케팅, 공동 컨소시엄 구성 등 자구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전남지역본부도 미니클러스터 지원사업으로 네트워크 활성화와 기술 개발·사업화 지원 등 후방지원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글로벌광통신을 비롯해 골드텔, 고려오트론, 웨이브시스컴즈, 피큐브, 링크옵틱스, 옵토마린 등 광주 광통신기업은 지난해 말 ‘스마트 광인터커넥션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이들은 수시 미팅과 기술협의체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공동 목표는 능동형 광케이블 개발이다. 빛을 이용해 통신신호를 전달하는 능동형 광케이블은 광섬유와 코어(core), 클래드(clad) 등 머리카락보다 가는 수천개 섬유로 구성된다. FTTH 등 광통신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중국, 동남아, 유럽 등 해외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이 컨소시엄 최대 강점은 회원사가 보유한 고유기술과 전문기술인력, 해외네트워크를 공동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가 많은 각개격파 방식 대신 노하우와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서로 공유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연구소장 모임도 구성됐다. 이들은 ETRI와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광기술원 등과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R&D 개발에 힘을 모은다.
인도네시아에 현지공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광통신은 광케이블과 광센서, 광측정 기술과 해외진출에 대한 세부전략과 팁을 제공한다. 골드텔은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드론’, 링크옵틱스는 ‘의료용 LED조명’, 옵토마린은 ‘광모듈’, 고려오트론은 ‘광커넥터’, 웨이브시스컴즈는 ‘광통신’, 피큐브는 ‘8인치 웨이퍼 음각기법 광분배기’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광주 광파워분배기 업계는 고질적인 출혈경쟁 대신 공동마케팅으로 위기극복에 나섰다.
우리로를 비롯해 피피아이, 피니사코리아, 큐닉스, 네온포토닉스, 코아크로스는 올해 초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동 개척을 위한 TF를 발족했다.
해외수출 창구를 단일화해 기술유출 방지와 단가인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미 영업이익 마지노선이 붕괴된 상황에서 이대로는 모두가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한몫을 했다.
미국과 중국 등 댁내가입자망(FTTH) 구축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광주 광통신업체는 지난 2009년부터 호황기를 맞았다. 이들 기업 매출만 2000억원에 달했고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도 3000명에 육박했다.
우리로는 광주 광산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며 성공신화를 썼다. 하지만 2011년부터 10여곳에 달하는 후발업체가 우후죽순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격인하 경쟁이 가속화됐다. ‘제살 깎기’ 경쟁이 이어지자 영업이익률도 급락했다.
실제로 2009년 2000달러 수준이었던 웨이퍼 단가는 2010년 1500달러, 2011년 800달러 2012년 400달러, 2013년 200달러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업계 간 소통채널 마련과 공정경쟁 시스템 구축 등 자구책 마련이 수차례 요구됐지만 협상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업계는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기업 폐업이 속출하면서 ‘경쟁’ 대신 ‘상생’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로와 피피아이 등 광통신업계는 소통채널을 바탕으로 공동해외마케팅단을 구성했다. 매달 CEO 정례회의와 마케팅전략 미팅을 통해 최신동향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기존 웨이퍼 칩에 기업별로 특화기술을 개발, 신시장을 개척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광분배기 가격도 2012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시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R&D 투자를 강화한 신제품 출시도 주목받고 있다.
골드텔은 광센서 네트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드론(Drone) 촬영용 카메라’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HD카메라 장착으로 비행 중 실시간 동영상 및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비행할 때 바람으로 흔들릴 수 있는 렌즈의 초점을 자동 영상보정시스템과 기울임 방지장치로 실시간 제어할 수 있다.
팜파스(대표 진용출)는 개인용 네일아트UV건조기를 제작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에서 2000여대를 판매했다. 팜파스는 업소용 네일아트 미용기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전남본부는 ‘광+뷰티’ 산업 융합을 위해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했다.
포미는 ‘스마트 전자기기용 상하 호환 광전 인터페이스’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프로맥엘이디는 ‘지향성 발광 패턴을 갖는 발광 다이오드 패키지 및 액정 디스플레이 장치’, 프리모는 ‘일체형 차량용 LED 조명 장치 양산화 기술’, 인셀은 ‘리튬 이차전지 팩 제조 생산성 혁신을 위한 LED조명 장치 양산화 기술’, 케이엘텍은 ‘빛공해 방지 및 배광제어가 자유로운 반사판 조명’, 링크옵틱스는 ‘다채널 LED 광원을 이용한 혈액 생화학 분석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박세철 우리로 사장은 “수년간 밤잠을 설쳐가며 광분배기 기술을 개발했는데 국내기업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모두 심한 내상을 입었다”며 “다행히 업체들이 눈앞 이익보다는 미래를 보며 상생하자는 의견에 동감하면서 재기 기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윤철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전남본부장은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 CEO들이 의기투합해 기획부터 제품개발, 공동R&D, 연구인력 교류, 공동프로젝트 발굴, 해외마케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미니클러스터 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해 지역 중소기업 미래 먹거리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