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시 신경 쓸 것은 주변 차나 교통 상황 같은 외부 환경만이 아니다. 연료 잔량, 타이어 공기압, 연비 같은 내부 요인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특히 최근에는 계기판에 표시되는 연비를 유심히 확인하는 운전자가 늘었다.
유지비를 최소화하려는 운전자가 늘면서 연비가 차량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제원이 됐다. 지난 7월 현대모비스가 대학생 1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차량 구매 시 연비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2.3%를 차지했다. 이는 디자인(18.3%), 가격(18.1%)보다 높은 응답률이다.
연비를 최우선 고려 사항에 둔다면 차량 구입 시부터 다양한 요인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기에너지를 보조 동력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연비는 내연기관 차에 비해 높다. 하지만 같은 내연기관 차라고 해도 연료 종류에 따라 연비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디젤 차량이 가솔린 차량보다 약 30% 연비가 높다.
가솔린 엔진은 공기와 연료가 섞인 ‘혼합기’가 실린더 안으로 들어가면 점화플러그로 강제 불꽃을 터뜨려 피스톤을 밀어낸다. 반면 디젤은 압축 공기에 연료를 안개처럼 뿌려 자체 폭발을 유도한다. 더 넓은 범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소율 차이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연비도 높아진다.
차량 무게도 연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무게가 10% 줄어들면 연비가 5~7% 향상된다. 이 때문에 차체와 부품 무게 거품을 빼는 경량화가 전세계 완성차 및 부품업계 과제가 됐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은 강철 10배에 달하는 경도를 지녔음에도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소재로 각광받는다. 아직 가격이 비싸 최고급 스포츠카 위주로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양산차에 적용되면 큰 연비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차량 내부 부품 무게를 줄여도 연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기존 유압식 장치를 전자제어식으로 바꾸면 환경 개선과 연비 개선을 달성할 수 있다.
아직 새 차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면 운전 습관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운전습관은 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천천히 적게 밟아 속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급출발과 급제동은 연비 하락 주범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모두 천천히 밟는 것이 좋다. 가속 페달은 세게 밟을수록 엔진 회전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연료 분사량이 많아진다. 정상 운전보다 50% 가까이 연료 소모가 늘어난다.
급제동을 했다는 것은 기존 속도로 타력 주행을 해 훨씬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었음에도 멈춰섰다는 의미다. 이 경우 역시 연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속도 변화가 클수록 연료 소모가 많아진다. 신호와 교통량이 많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연비가 고속도로 연비보다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속 페달을 최소한으로 밟아 타력 주행하는 것이 연비 개선 지름길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