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야 소프트웨어(SW) 사업을 둘러싼 하도급 분쟁이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한국SW산업협회가 지난달까지 SW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접수, 조정된 분쟁건수를 집계한 결과 2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건, 2013년 12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갑을관계’라는 하도급 거래 특성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는 관행이어서 더욱 이례적이다.
이번 분쟁급증에서 주목되는 것은 접수, 조정을 신청한 원인이다. 그간 공공조달 소프트웨어(SW) 사업 문제점은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대금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대부분이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이유로 늑장 지급하거나 부진한 사업을 이유로 사업대금을 후려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분쟁은 도급기업 간 갈등보다 발주기관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발주기관은 사업 이외의 과업을 일방적으로 추가하거나 설계 변경을 요구한다. 발주기관의 부당한 요구에 항변할 수 없는 원도급자는 하도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이는 도급업체간 분쟁으로 나타난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과 부당한 과업 추가를 받은 기업은 불공정 하도급으로 수익을 벌충하려 한다. 납품단가에 원재료비 변동분과 생산성 향상 등을 반영해 주는 게 원칙이지만 상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리 없다. 이는 분쟁조정을 증가시키고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발주기관과 기업간 분쟁을 조정할 기구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발주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는 있지만 이를 적용할 발주기관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경기 악화가 지속될수록 중소 SW업체들은 원도급자 하청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중소 SW업체 64%가 하도급 관계에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중소기업간 분쟁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업이 추가되고 설계가 변경되면 하청업체는 수익을 내기 위해 권모술수를 일삼고 품질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리감독과 함께 발주기관 분쟁해소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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