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비씨카드 `융합 DNA`,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에 ’이식‘

비씨카드와 만디리은행 간 합작법인 설립은 향후 KT그룹이 추진 중인 금융ICT 융합사업을 해외로 확장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가 추진하는 카드 결제 프로세싱 사업 상당 부분은 ICT 역량과 인프라가 필요한 부문인데다 통신망이 낙후한 지역에서 다양한 고부가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만디리은행도 카드 결제 프로세싱 사업과 함께 모바일 결제 등 다양한 핀테크 협업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인도네시아 카드 결제시장은 잠재가치가 매우 높은 ‘금융 노다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컨설팅 기업 유로모니터 등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연평균성장률(CARG)은 각각 21%, 17%에 달한다. 결제액 기준, 인도네시아 카드시장은 지난해 36조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46조원, 2017년 64조원, 2020년 107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5000만명 인구 중 70%가 경제활동 인구이며 노령인구 비중이 10% 미만인 곳이다. 가계지출 대비 카드 사용률은 7.3%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선진화된 카드 결제 시스템이 안착되면 이동통신망 시장과 함께 막대한 카드 수익이 기대된다.

비씨카드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KT그룹도 이 사업에 참여해 향후 이동통신 사업과 다양한 부가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 ICT융합모델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와 이슬람 국가 대상으로 수출 모델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허진영 비씨카드 상무는 “동남아시아는 인터넷뱅킹으로 가기 전인 유선망이 발달한 국가로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아직 열악한 상황”이라며 “향후 모바일 결제와 인터넷전문은행 비즈니스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단계 사업은 비씨카드와 만디리은행 간 카드 부문 사업이지만 이를 고도화해 확대발전 시킬 수 있는 영역을 모색하겠다는 포석이다. KT그룹에서 보유한 다양한 기술 역량을 조합해 CIS국가와 중동지역에까지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만디리은행도 KT그룹이 보유한 ICT 역량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리코 프란스 만디리은행 매입사업 본부장은 “인도네시아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8000만명, 전 세계 트윗 수 1위인 국가”라며 “핀테크 속도가 전통 은행보다 더욱 빨라지는 상황에서 만디리은행도 IT기반 다양한 핀테크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만디리은행은 금융 규제 산업 상 직접 진출보다는 합작사 설립이나 비금융권 플레이어들과 협업하는 체제로 신규 사업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중요한 협업 파트너로 KT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KT와 비씨카드가 보유한 IT+금융 역량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현지에 이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리코 본부장은 “인도네시아는 인구 50%가 금융 서비스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반면 한국의 결제 시스템은 상당히 발전됐고,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 향후 매입 사업 뿐 아니라 또 다른 사업에서도 파트너십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카드 결제 시스템을 통해 현재 2위권인 카드 사업부문을 1위로 올려놓고, 한발 앞서 핀테크 사업에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한 사례는 없지만 KT와 비씨카드 보유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