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이버 보안을 둘러싼 두 나라간 장외 신경전이 뜨겁다. 오바마 대통령이 해킹 공격 세력에 대한 제재를 강조한 데 이어 중국 정부가 미국 IT기업에 중국식 보안 규정 준수를 강요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 정부가 현지에 진출한 미국 IT기업에 통제 가능한 서비스 제공에 관한 서약을 요구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안전하고 통제 가능해야 한다는 문구다. 중국 정부가 해당 기업 서비스를 검열하고 고객 정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조치는 IT기업이 기업 시스템에 제 3자 접근을 허용하는 ‘백도어’를 만들라는 명령”이라고 비판했다. 서약서에는 △중국 안보를 해치지 않을 것 △중국 고객 정보 변환 금지 △중국 고객 정보 국외 유출 금지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문서를 받은 미국기업 대부분이 서명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공문에 적힌 용어가 모호하고 중국 정부 목적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구글, 애플, 우버 등이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 미국 기업이 곤란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가장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있는 곳으로, 아직 중국 IT 기업이 미 기업만큼 크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이 사업을 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외신은 미 기업이 서약서를 거부할 경우 기업 활동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검열에 반대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중국 서비스를 금지한 적이 있다.
이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해킹을 시도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을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미 인사관리처(OPM)가 해킹당해 연방정부 공무원 2200만 명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미국은 중국을 해킹 주범이라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