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 `렌털계정` 확보 두고 2위 정수기 업계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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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된 렌털 업체 한일월드가 대표 구속으로 회사가 흔들리면서 약 20만 렌털 고객 계정도 쪼개져 위탁·판매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매직은 한일월드 정수기·비데 등 렌털 약 10만계정을 금융권 채권자에게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쿠쿠전자와 청호나이스는 한일월드 채권을 가진 투자금융기관과 정수기 등 일부 제품 유지보수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한일월드는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렌털 계정을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객 렌털 계정이 BNK캐피털, DK인베스트 등으로 쪼개진 상태다.

금융권은 생활가전 업계에 담보로 가진 한일월드 렌털 계정을 위탁하거나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렌털이 ‘계정 수’로 굴러가는 규모의 경제 사업이다 보니 이 기회에 후발 생활가전 기업은 렌털 계정을 확보해 ‘정수기 강자’ 코웨이에 이어 확고한 2위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신규 가입자 확보보다 비록 저가지만 기존에 정수기를 이용하는 회원을 공략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실제 계정을 위탁하거나 사겠다고 나선 업체는 생활가전 렌털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곳들이다.

쿠쿠전자는 한일월드 약 1만~2만계정, 청호나이스는 약 7만5000계정을 위탁 관리하기로 했다. 이들은 한일월드 렌털 제품을 정기점검하고 사후관리 서비스를 진행한다. 서비스 품목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생활가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렌털 사업은 계정이 많을수록 유리한 면이 있다”며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재는 수익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미래 고객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본사는 방문 관리 인력에게 렌털 계정을 제공해야 하는데 계정이 많을수록 고정 일거리를 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영재 한일월드 대표는 사기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음파진동운동기를 4년간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새로운 방식 금융권 렌털 기법을 적용해 왔지만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서 직원 임금체불과 고객 렌트비 미지급으로 고발당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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