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5’를 구매한 A씨. 장안의 화제인 ‘삼성페이’에 신용카드를 등록했다. 앱을 실행하니 화면에 카드 모양 그림이 떴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카드 대신 휴대폰을 내밀었다. 불쑥 내민 휴대폰에 아르바이트생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저 남자 친구 있는데요.”
“아, 그게…”
당황한 A씨가 ‘삼성페이’를 설명한 뒤 휴대폰을 카드결제기에 갖다 대자 여학생 눈이 다시 토끼눈으로 바뀌었다.
“와~ 신기하다.”
카드 대신 휴대폰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삼성페이 때문에 빚어진 일화다. A씨는 “이제 두꺼운 지갑을 들고 다닐 이유가 없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 바지 뒷주머니에 묵직한 지갑이 만져졌다. 부러웠다.
삼성페이 반응이 뜨겁다. 열흘간 카드 20만장이 등록됐다. 후발주자임에도 시장잠식 속도가 빠르다. 이유는 하나다. 전자지갑 때문이다. 그간 많은 기업이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렇지만 지갑은 사라지지 않았다.
삼성페이는 기존 마그네틱 카드까지 완벽하게 대체하는 기술을 탑재했다. 상점에서 기존 카드결제기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웬만한 가게에서 카드를 긁듯 휴대폰을 결제기 앞에 갖다 대면 된다. 은행 현금인출기(ATM)까지 연동돼 휴대폰으로 현금을 찾고, 이체도 할 수 있다.
지갑이 필요 없는 전자지갑. 삼성전자가 모처럼 소비자 인사이트를 읽어낸 것 같다. 삼성페이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삼성 휴대폰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소비자 인사이트는 글로벌 넘버원을 결정짓는다. 아마존은 ‘원클릭’이라는 결제시스템으로 쇼핑몰 시장을 제패했다. 처음 카드를 등록해 놓고 한 번만 마우스를 클릭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복잡한 인증절차를 없애 70대 노인도 아마존을 손쉽게 이용한다. 너무 쉬운 결제 때문에 실수로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완벽한 환불시스템 덕분이다. 책도 환불이 가능하다. 경쟁사가 아마존 ‘원클릭’을 흉내 낸 ‘더블클릭’ 서비스를 선보였을 정도다. 그래도 아마존에 중독된 소비자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1위 업체 넷플릭스도 소비자 마음을 잘 읽어 성공했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동영상 콘텐츠 수는 KT의 절반도 안 된다. 그렇지만 매출은 100배 이상이다. 콘텐츠를 구매한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정확하게 안내(큐레이션)해주기 때문이다. 콘텐츠 재구매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글로벌 ICT 시장에 하드웨어와 콘텐츠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옛말이 된 게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젠 남은 것은 서비스밖에 없다. 누가 소비자 마음을 잘 읽는지 하는 게임이다. 삼성페이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저 남자 친구 있는데요”라는 의외의 반응이 나오면 금상첨화다. 일반인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기 때문이다. 바로 ‘퍼스트 무버’다. 한국 ICT산업에 제2, 제3의 ‘삼성페이’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소비자도 점점 더 편해질 것이다.
장지영 정보통신방송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