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데이터베이스(DB)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최순일 누리미디어 대표는 국내 학술DB 산업 1세대다. 1995년부터 CD에 학술DB를 넣어 다니며 일군 산업이다. 고려사를 비롯해 조선왕조실록·징비록과 같은 역사서, 학술논문 등 한국 지식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누리미디어가 운영 중인 ‘디비피아(DBpia)’는 하버드대학·예일대학을 비롯한 12개국 80여개 대학 도서관에서 국내 학술DB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내려받기 1700만건을 넘었고 일일 방문자도 200만명에 이른다.
최 대표는 “10조원에 달하는 해외 시장에 비해 2000억원에 불과한 국내 시장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마저도 해외 기업이 90%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학술자료를 해외 기업이 돈 받고 서비스하는 형국이다. 국내 학술DB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최 대표는 정작 산업 성장을 막는 것은 공공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공기관이 학회에서 논문을 가져와 무료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음반이나 영화·도서 모두 유료인 데 학술 논문만 공공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상황이다.
학술DB 사업은 발행 논문을 민간 업체가 대신 관리·서비스해주고 일정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논문 한 편 내려받는 데 280원이다. 대학 리포트보다 싸다. 적은 돈이지만 판매한 만큼 저작권료도 지불한다.
최 대표는 “국내에서 해외 논문을 구독할 때는 편당 4만~5만원을 내야 하는데 국내 논문은 공짜로 뿌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민간에서 일궈놓은 산업을 공공에서 뛰어들어 와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지식논문 가치를 공공이 나서 떨어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논문 등재를 위해 작성자도 반발할 수 없다”며 “학술지 평가제도에서 논문을 등재할 때 논문 무료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술DB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논문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국내 학술DB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산 지식콘텐츠 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민간과 공공이 특화된 업무를 중복되지 않게 맡는 게 해결책”이라며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논문 무료 공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말하는 공공기관 영역은 국내 우수 논문을 해외에 알리는 작업이다. 민간이 앞장서 투자하기 힘든 논문 표절이나 인용지수 서비스 등 학술논문 가공 부가 서비스가 좋은 예다.
민간은 서비스에 특화해야 한다. 세계 누구라도 국내 논문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 대표는 “기상청이 기상정보 앱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민간 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지식콘텐츠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우수 콘텐츠를 발굴하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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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