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공감...동북아 긴장 해빙 계기 마련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2일 정상회담에서 예정된 시간을 14분 넘겨 34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종료 후 곧바로 1시간 4분간 특별오찬을 함께 하는 등 약 1시간 40분간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은 회담 때 이례적으로 순차가 아닌 동시통역으로 대화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동시통역으로 대화했음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1시간이 넘는 회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통역은 중국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방침과 시기에 공감대를 이뤘다. 3국 정상회의와 관련, 구체적 시기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3국회의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진전된 입장을 밝히면서 회의 개최 준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10~11월 전후에는 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면 아베 일 총리와 박 대통령의 양자 회동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좀처럼 풀리지 않는 한일관계를 개선할 활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도 한단계 도약할 기초를 다졌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열경열`(政熱經熱·’경제뿐 아니라 정치 교류도 뜨겁다‘는 뜻) 관계에 와있다는 평가를 받는 두 나라 관계도 더욱 격상될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에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 중국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 장작을 모으면 불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며 “한중 관계는 현재 정치적 상호신뢰, 경제·무역협력, 인적 교류가 함께 전진하는 기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측과 함께 각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하며 우리가 정한 방향대로 공동 발전의 길을 실현하고, 지역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아시아 진흥을 위해 함께하고,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네 개의 동반자’ 목표를 향해 뻗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 도발 및 8.25 남북합의에 따른 한반도 긴장해소와 관련, “이번 한반도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데 중국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신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얼마 전에 있었던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도발 사태는 언제라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한반도 안보 현실을 보여줬고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 단면”이라며 “한·중 양국 간에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 통일이 역내 평화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남북간 8·25 합의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한반도 핵심 관련국인 중국을 방문하게 됐다는 점과 중국 전승절 행사에 미국 및 미국 우방국 정상은 불참한 가운데 우리 정상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외교 차원 함의도 크다는 분석이다.

또 우리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한 동북아 지역 협력 활성화 등 한중 공동번영과 동북아경제 도약을 위한 양국 협력도 논의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리커창 총리를 만나 두 나라 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조속 발효하고,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한 비관세 장벽 해소에 협력하기로 했다. 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해 장관급 품질검사 검역분야 협의체 신설과 한국 식품을 수입할 때 한국 공인검사기관에서 발행한 검사성적서를 중국측이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 양국 기업 간 상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협의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한중 FTA를 계기로 두 나라를 하나의 문화시장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방송 콘텐츠 등을 공동 제작해 세계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문화협력과 관련, 한국벤처투자와 중국 산업은행 CDBC는 2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문화콘텐츠·소프트웨어·소비재 등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국가 간 공동벤처펀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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