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애플이 첫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한 뒤 국내에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됐지만 스마트폰 운용체계(OS)는 구글과 애플 양강구도로 고착화됐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허약한 소프트웨어(SW) 경쟁력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차별화 요소도 한계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제품 디자인, 케이스 소재 등 다양한 하드웨어 요소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스마트폰 특성상 더 이상 하드웨어적 차별화만으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SW로 하드웨어 성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독보적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경쟁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사물인터넷(IoT)은 임베디드SW 경쟁력이 생존을 가르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고성능 반도체보다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간단한 기능만 구현하는 칩 수요가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 오류를 최소화하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임베디드SW 경쟁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W 경쟁력이 약한 국내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임베디드SW는 하드웨어 성능을 최적화하고 동시에 하드웨어에서 구현하기 힘든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부상하는 첨단 지능형 서비스는 무엇보다 임베디드SW 역할이 크다.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다.
임베디드SW 경쟁력은 결국 전체 SW 경쟁력 부재에서 기인한다.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부가적인 영역이라는 인식 속에서 SW를 산업 자체로 인정하고 육성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한국SW 산업 경쟁력은 OECD 19개국 중 14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성도 미국, 영국, 일본 등 SW 선진국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 분야는 통신과 방송 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 산업에서 선진국의 30% 이하 수준이다. IT기기, 음식·숙박업, 물류 등에서 SW 활용도가 낮고 선진국과 격차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SW가 산업 패러다임 변혁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산업의 고부가화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화를 실현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SW산업 생태계 현실은 밝지 않다. 이미 타 산업을 다수 융합해 거대해진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SW 운용체계는 구글과 애플 양대 산맥이 자리잡았다. 운용체계 경쟁력을 잡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베리, 노키아 등은 빠르게 시장에서 퇴보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자체에 대한 준비가 늦었지만 과거 업계 선두로서 스마트폰 OS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것도 패착이었다.
세계적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글 안드로이드에 종속된 스마트폰 개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SW 경쟁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OS ‘타이젠’을 준비했지만 스마트워치 등 제한적 용도로 활용하는데 그친다.
류성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한 것은 그동안 단말기 부속물로 여겨진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인수한 것이어서 국내 제조업에 충격으로 다가올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미 SW산업은 HW를 규모 면에서 앞섰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세계 SW 시장 규모는 1조2498억달러 규모로 예측된다. 이에 비해 반도체는 27%(3372억달러), 휴대폰은 31.7%(3958억달러)에 그친다. 평판TV는 7.6%(946억달러), LCD 패널은 5.9%(735억달러) 비중에 불과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