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수출 시장 점유율로 살펴본 중국 제조업의 위협’ 보고서에서 ‘한국은 자동차를 제외한 주력 산업 대부분에서 수출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추월당했으며 특히 석유화학·정유 산업은 경쟁 열위로 시장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2012년 -1.3%, 2013년 2.1%, 2014년 2.4%에 그치면서 완연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수출 경제성장 기여도는 2.4%P로 2009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가장 낮다. 주력산업 분야에서 중국 자급도 및 수출 증가로 우리 기업 점유율이 줄어든 결과다.
특히 대표 수출산업인 정유·석유화학 분야는 중국 산업 성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제품 세계 수출시장 규모는 2013년 약 2조65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점유율은 2012년 8.3%, 2013년 -5.9% 성장에 그쳤다. 2013년 수출시장 점유율은 2%로 세계 15위까지 추락했다. 중국이 전략자원인 석유 확보 및 관련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인 결과다.
중국은 E&P(자원개발)-정유-석유화학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해 거대 내수시장에 기반을 두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E&P 분야에서 시노펙, CNPC, CNOOC 세 기업이 중국 원유 생산량 90%를 책임지고 있다. 2013년 기준 중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0만배럴에 달한다. 원유 정제량은 같은 해 기준 하루 1320만배럴이다. 우리나라 정유 4사 4.5배에 달한다. 지난 10여년간 중국 정유 증설 규모가 연평균 70만배럴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정유 강국 한국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중국 경쟁력 강화로 우리나라 수출은 위협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과 중국 석유화학제품 수출 시장 점유율은 3~4%대로 비슷했다. 하지만 2013년 중국이 9.7%로 점유율을 늘리며 1위 미국의 10.7%에 근접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 점유율은 5.7%로 세계 8위다. 한국과 중국 수출시장 점유율 격차는 2005년 0.6%P에서 2013년 4.0%P까지 벌어졌다. 2013년 우리나라 석유화학사업 중국 수출의존도는 60.4%로 주력산업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다. 중국 자급도가 높아지면서 당장 최대 시장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였다.
최근 한국 석유화학 수출은 2013년 1분기 이후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를 기록한 반면에 중국 석유화학수출은 2012년 4분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대비 내수 시장 크기와 성장성, 자본력과 원재료 확보 및 다변화에서도 중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진단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