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도 부족한데 무슨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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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에너지 대국 나이지리아에서 전기 공급이 절대 부족한 역설적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 중 석유산업 관련 부패를 생각한다. 나이지리아 공공 부패의 한 축에는 국영 석유회사가 있고, 에너지 강국의 에너지 안정적 공급 실패라는 아이러니한 원인을 에너지 분야 부패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국영 석유회사 이사진 전원을 군사작전 하듯 하룻밤 사이에 해임시키고 새 이사진을 임명한 사건이 이런 시각을 대변한다.

나이지리아,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다. 코이카(KOICA)가 지원하는 나이지리아 공무원 전자정부 역량 강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올해 시작해 앞으로 3년간 나이지리아 연방공무원 1200여명을 현지에서 훈련시키는 프로젝트다. 우리나라가 앞서 나가고 있는 전자정부 경험을 그들과 공유해 그 나라 공무원의 일하는 방법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프로젝트 목적이다. 과연 이 나라가 전자정부를 자기들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일까. 역량강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지난 7월과 8월에 시행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긍정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 시작 전 걱정했던 나이지리아 공무원 참여 열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 막 새로 임기를 시작한 그 나라 대통령이 ICT를 자신의 정부가 추진하는 변화 어젠다의 전략적인 축임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전자정부가 시너지를 얻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성공 요인을 논의할 때마다 등장하는 강력한 리더십 기반이 나이지리아에서도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나이지리아가 당면하는 여러 가지 도전 중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할 일이 부패척결이다. 그 도전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수단이 전자정부라는 사실을 나이지리아 공무원이 알게 함으로써 전자정부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ICT로 정부 행정발전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전자정부 추진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환경에서 이번 역량강화 프로그램은 시의 적절했고 성공적이었다. 새로운 대통령의 ICT에 대한 관심을 예시하면서 전자정부를 강의하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할 때 오는 반응을 생각하면 나이지리아 전자정부 정책은 매우 희망적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전자정부 발전을 위해서는 좀 더 솔직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시작된 정보화정책은 공급 위주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는 수요기반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거의 30년 전 우리나라가 톱다운 방식의 정보화정책을 시작할 때 전문가들은 그 성공조건으로 정보화마인드 조성과 국민 컴퓨터 교육을 꼽았다. 이런 경험을 적용하면 나이지리아 공무원과 시민으로 하여금 ICT가 경제사회 발전의 핵심 수단임을 이해시키기 위한 범국민적인 정보화 운동이 필요한데 이번 KOICA 프로젝트는 그 시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필요한 정보화 마인드는 “전기도 부족한데 무슨 인터넷?”이라는 ICT 시급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고 전기가 없는 마을이 부지기수인 환경에서 인터넷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국가 우선순위를 안정적 전기 공급에 맞춰야 하며 그 후에 정보기술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다. 나이지리아에서 전자정부를 위한 자원이 효과적으로 동원되고 필요한 법과 제도가 마련됨으로써 전자정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극복해야 한다.

나라 기간을 흔드는 부패, 이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ICT 중요성을 역설한다. 전기 부족현상이 인터넷과 전자정부 투자를 뒤로 미루기 위한 변명이 돼서는 안 된다. 강의 시작 첫 이슈로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참여자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면서 나이지리아 공무원의 열정이 전자정부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이용되기를 소망한다.

정국환 한국개발전략연구소 부원장(khjeong6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