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시범사업에서 국산 차량용 통신 단말기가 소외될 위기다. 저가 입찰 경쟁이 불가피한 빠듯한 예산, 부족한 업계 기술력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리 업체가 본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개발(R&D)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4분기 예정된 C-ITS 시범사업에서 차량용 통신 단말기는 외산이 득세할 전망이다.
C-ITS는 차 대 사물(V2X) 통신을 활용한 ITS로, 대전·세종권 81㎞ 구간 도로에서 차량 3000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15개 핵심 서비스를 검증한 뒤 2018년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는 차량 3000대에 들어갈 통신 단말기 중 국산 제품이 전무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이 C-ITS 전 단계 사업인 스마트하이웨이 사업을 통해 단말 제조 기술은 확보했지만 외산 제품과 가격 경쟁에서는 뒤처지기 때문이다.
국산 단말은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방식 통신칩을 사용하는 반면에 외산 단말은 시스템온칩(SoC) 방식 통신칩을 사용한다. SoC는 FPGA와 달리 프로그램 고정형으로 생산해 대량 생산 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빠듯한 예산 안에서 저가 입찰을 하게 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산 제품이 채택될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산 단말과 외산 단말 가격 차이는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예산은 117억원으로 업계 기대보다 적어 컨소시엄 입찰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입찰 무산 이후 대보정보통신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복수 단말이 들어가더라도 국산 FPGA 단말은 외산과 가격 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라며 “납품되더라도 초도 물량 일부만 납품되고 나머지는 외산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정부가 시행하는 C-ITS 시범사업에서 외산 업계가 이득을 보는 셈이다. 시범사업은 현 정부 국정과제이자 미래 교통망 핵심 사업이다. 차와 사물을 연결해 사고를 예방하는 미래형 ‘커넥티드카’의 구체화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금전적 이득과 관계 없이 본사업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국산 제품 사용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본사업 역시 ‘남의 잔치’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추가적인 R&D 투자가 있다면 SoC 단말을 만들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정부도, 수요기업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규모가 영세한 국내 단말 업체들이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제품에 수십억을 투자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