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열대야로 잠을 잊은 그대에게

몸으로 느낄 정도로 한반도 여름은 더 덥고, 길어지고 있다. 여름 지속기간은 13~17일가량 늘어났고, 겨울은 줄고 있다. 한반도 기온 상승폭은 세계 평균보다 높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 6대 도시 평균기온 상승폭은 세계 평균의 갑절 수준이다.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와 같은 폭염 특보가 발령된 횟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09년 365회에서 2013년엔 724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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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사람들의 관심은 오늘 최고 기온은 얼마냐에 모아진다.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일 최저 기온’이야말로 폭염과 열대야를 이해할 열쇠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폭염 일수는 11.2일, 열대야 일수는 5.3일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 5년 폭염 일수는 12.7일,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늘었다. 열대야 일수 증가폭이 더 크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1908년부터 2008년까지 100년간 서울의 7월 일평균기온은 0.6도 증가했으나 일 최저기온은 1.4도 올랐다. 한낮 기온보다 밤 기온이 더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한반도는 더 많이 달궈지고 덜 식고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정보센터가 낸 한반도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한반도 폭염일수는 17.9일에서 최장 40.4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열대야 역시 지금보다 13배 늘어난 37.2일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2001년부터 2010년 서울 열대야는 평균 8.2일. 연구자들 예측대로 10년마다 열대야가 8.06일씩 증가한다면 2100년에는 서울 열대야 수는 무려 1년에 70일에 이르게 된다. 1년에 두 달 이상 열대야가 지속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열대야는 낮 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이고 밤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낮에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 달궈진 지표는 밤이 되면 복사열을 방출한다. 대기 중 습도가 높으면 이 복사열을 흡수해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된 상태에서 열대야가 나타난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열대야는 더 지독해질 것이다. 게다가 열대야는 공기 흐름이 둔한 내륙,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문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밖으로 방출시켜야 할 열기를 붙잡아두는 열섬 현상은 도시 열대야를 부추긴다. 폭염 피해는 발생한 날의 수보다 지속 일수에 좌우되는데 열대야는 폭염 지속 일수를 늘리는 데 영향을 준다.

더위에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우리 몸은 더우면 열을 방출해 정상 체온을 유지하려 한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신체 내부의 열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해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 폭염 속에서 야외활동을 하면 보통 속도로 30분을 걸어도 100m 달리기를 한 뒤와 같은 심박수가 나타날 수 있다. 한낮 기온이 33도라도 그늘 없이 땡볕에서 밭매기를 했다면 신체는 45도의 사우나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지진, 홍수, 태풍과는 달리 폭염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열대야 상황에서는 수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열대야가 발생하는 날은 대체로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도 함께 높아진다. 건강한 사람도 신경이 예민해지기 일쑤. 쾌적한 수면 온도는 18~20도인데 밤 기온이 25도가 넘으면 내장의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어렵고 체내 온도조절 중추가 각성된 상태를 유지하므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수면 장애는 노약자나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자에게 치명적 위협이 된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낮 동안 졸음이 몰려와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는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협한다. 올해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안심하고 잊을 일이 아니다.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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