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정보통신기술(ICT) 특별전담팀’ 첫 조사대상인 오라클 불공정 행위 여부가 조만간 가려진다.
오라클 불공정 관행에 업계 불만이 높고 ICT 특별전담팀이 자신감을 갖고 착수한 사안인 만큼 제재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오라클은 5월 공정위가 보낸 심사보고서에 대한 자사 의견을 담은 서류를 지난 14일 제출했다. 공정위와 피심의 기업 간 서류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공정위는 향후 심사를 거쳐 제재 여부를 판단한다.
공정위가 문제로 삼는 부분은 오라클의 불공정한 유지보수 계약 조건이다. 오라클이 고객사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유지보수 계약 시 차기 제품 구매를 의무화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오라클 DBMS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8175억원이고 이 가운데 약 60%가 유지보수와 라이선스로 벌어들인 금액이다.
공정위는 오라클이 유지보수 계약대상 제품을 시스템 전체로 확대해 강요한 사실도 문제로 보고 있다. 이런 계약 조건 때문에 소비자는 필요하지 않은 부분 유지보수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기업이 구매한 오라클 제품 중에는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것도 있지만 (계약상) 일괄적으로 전체를 다 유지보수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오라클 불공정 계약 관행이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돼 업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준 만큼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했다. 오라클 계약 조건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국산 등 타사 DBMS를 사용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위가 “ICT 특별 전담팀 첫 번째 제재 대상은 오라클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수개월간 진행한 조사에서 확실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가 확정되면 국내 DBMS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오라클 DBMS를 사용했던 기업이 타사 제품으로 교체를 시도할 전망이다. 특히 10%에 불과한 국산 DBMS 시장점유율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라클이 우리나라 정책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책까지 개선할지도 관심사다. 같은 유지보수 정책을 적용한 다른 나라에서 한국 사례를 근거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초 6~7월 제재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오라클과 미국 본사 간 소통 등으로 의견 제출에 시간이 걸려 시기가 늦춰졌다. 공정위는 “심사일을 아직 확정하지 못 했으며 여러 사정으로 일정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국정감사와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하고 오라클의 추가 검토와 미국 본사 임원의 참석 일정 등도 변수”라며 “국정감사 시기는 최근 정해진 만큼 다른 사안을 종합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