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웰스파고&렌딩클럽 꿈꾸는 `신한은행과 비모`

신한은행과 P2P 대출기업 비모의 ‘핀테크 짝꿍’ 협력사례가 화제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 제휴를 넘어 은행과 벤처기업이 함께 실질적 사업 모델을 만드는 즐거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P2P 대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를 운영하는 비모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다수 은행이 핀테크 벤처기업과 사업 제휴를 맺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과 비모 사례는 보다 파격적이다. 여신심사에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1금융권에서 벤처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 공동연구를 착수했다는 점이다.

핀테크 열풍으로 인해 등 떠밀려 사업 제휴를 맺는 수준이 아니다. 신한은행은 핀테크 육성센터에 기업별 전담 멘토링과 신한금융지주 내 모든 부서와 연락망을 담당하는 인원까지 배치했다.

김주수 비모 대표는 “미국 4위 은행 웰스파고와 렌딩클럽은 시중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성공적 시너지 창출 모델로 손꼽힌다. 웰스파고가 세운 벤처투자사는 렌딩클럽에 지분투자까지 진행했다”며 “렌딩클럽이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이후 웰스파고가 얻은 이익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비모는 사업 논의를 위해 많게는 매주 두세 번씩 만나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모델은 아직 논의 단계로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염두에 두고 투트랙으로 진행한다.

일단 P2P대출 서비스인 어니스트펀드 자금수탁 기능을 신한은행이 담당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P2P대출을 진행할 때 목표 금액이 모두 모일 때까지 안정적으로 투자자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이 아닌 신한은행에서 담당하는 방안이다.

신한은행 퓨처스랩에서 멘토링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은행이 높은 사용자 신뢰도를 가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P2P대출에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며 “해외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성공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의 거대한 고객군과 인프라를 활용해 ICT 금융 테스트도 가능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나 신한론으로 원하는 고객에게 별도 이벤트를 마련해 어니스트펀드 심리평가 테스트를 내거는 식으로 진행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핀테크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이 해당 모델이 실질 금융 인프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데 이 부분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에서 대출 한도가 차거나 대출이 불가능한 사용자를 비모로 연계해서 영업을 하는 것도 장기 목표 중 하나다. 스페인 대형은행 산탄데르와 영국 P2P금융사 펀딩서클이 이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비모가 연계해 새로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만드는 것도 미래 목표다.

씨티그룹은 렌딩클럽을 통해 저소득층에 16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은행이 직접 중금리 대출을 집행하기 어려워 P2P대출기업과 연계해 대출을 진행했다.

신한은행 퓨처스랩 관계자는 “아직까지 P2P대출기업과 시중은행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데 환경적으로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 목표로 보고 웰스파고와 렌딩클럽과 같은 한국판 핀테크 시너지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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