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Netflix)’가 다음달 일본에 상륙한다.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과 중국에 차례로 진출한다. 아시아 시장에도 넷플릭스 돌풍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제작 콘텐츠 파워와 절반 이상 저렴한 월 이용료를 무기로 글로벌 방송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내년까지 200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고정형TV 중심 시청 행태가 OTT, N스크린 등 차세대 미디어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글로벌 방송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다
지난 1997년 DVD 우편 대여 서비스 전문 업체로 미디어 시장에 등장한 넷플릭스는 인터넷 서비스 대중화에 따라 중심 사업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전환했다.
개인 사용자에 특화한 영상 콘텐츠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유튜브와 달리 드라마, 영화 등 대중적 콘텐츠를 제공하며 유료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현재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물론이고 스마트TV, PC, 셋톱박스 등 전자기기 제조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국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동안 남미, 유럽 지역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 확대하면서 지난해까지 서비스 국가를 50여개로 늘렸다. 오는 2016년까지 200개국 방송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지역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글로벌 시장 확장 계획에 따라 지난 3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차례로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음달 일본 서비스 개시가 예정된 가운데 이르면 내년 한국·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업 확장으로 매출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은 16억4500만달러(약 1조9443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3억4040만달러(약 1조5843억원)보다 약 22% 늘었다. 이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4억5476만달러로 27.6% 비중을 나타냈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분기까지 세계 시장에서 6270만6000명에 달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디지털 TV 리서치는 올해 6990만5000명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서는 4개월 간 유료 가입자 27만5000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스마트기기 대중화로 실시간 방송, 주문형비디오(VoD) 수요가 스트리밍 방식 미디어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가 코드커팅, 코드 셰이빙(저가 서비스로 이동) 등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전통 매체를 위협하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미국에서 760만가구가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스트리밍 방식 인터넷 TV를 선호하는 만 35세 이하 비중은 12.4%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가 가격 경쟁력과 콘텐츠 파워로 케이블TV 등 기존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기존 가입자를 흡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유료방송 사업자도 등장했다.
프랑스 유료방송 사업자 카날플뤼스는 지난해 VoD 서비스 플랫폼 ‘카날플레이’와 OTT 서비스 ‘카날OTT’를 잇따라 선보였다. 프랑스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월 7.99유로(약 1만450원)라는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개월 만에 10만명을 웃도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위협적 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날플뤼스는 넷플릭스보다 3배가량 많은 25유로(약 3만2700원) 수준을 월 이용료로 부과했다.
카날플뤼스는 카날플레이 월 이용료를 넷플릭스와 동일한 7.99유로로 책정했다. PC, 스마트폰에서 시청할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 플랫폼도 구축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카날플레이는 현재 가입자 50만명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는 올해 이보다 갑절 이상 많은 12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넷플릭스는 현지 플랫폼 사업자와 구축한 제휴·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기존 사업자가 구축한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 송출망을 활용하면 초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로 새로운 상품군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망이용 대가 논란이 벌어진 미국 이외 지역에서 유료방송 사업자와 제휴를 강조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 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도 기존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 상반기 IPTV 등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와 접촉해 서비스 도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블TV와 IPTV 사업자가 코드커팅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먼저 구체적 제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다.
◇UHD 품은 넷플릭스, 한국 공습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유료방송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초고화질(UHD)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넷플릭스가 UHD 방송 상품을 선보인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와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UHD 월 정액 상품을 기본 고화질(HD) 상품보다 5달러 정도 비싼 12달러(약 1만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가 2~3년 약정을 기준으로 평균 2만원 내외에 UHD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넷플릭스는 UHD 콘텐츠 경쟁력에서도 국내 PP보다 우위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인기 드라마를 포함해 올해에만 100시간을 웃도는 자체 UHD 콘텐츠 분량을 확보했다. 단일 콘텐츠 제작사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이다.
일본 소니픽처스텔레비전인터내셔널(SPTI) 등 넷플릭스 콘텐츠 배급사는 최근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체결한 판권 계약 만료시기를 내년 중반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서 별도 배급사 없이 직접 판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넷플릭스 방침에 따른 조치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미래부가 지난달 개최한 ‘UHD 협의회 킥오프 회의’에서 “넷플릭스는 UHD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열었다”며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선순환 UHD 생태계를 구축해 차세대 미디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국내 TV 제조사와도 콘텐츠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북미 시장처럼 스마트TV에 콘텐츠 재생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하는 방안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TV제조사를 함께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해외 UHD 방송 사업자가 대거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에서 모두 UHD 방송을 상용화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해외 UHD 방송사업자가 론칭한 UHD 채널의 국내 재송신을 승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