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생활폐기물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폐자원 수거율이 42%에 머물러 있다. 분명히 다시 쓸 수 있지만 매립·소각되는 폐기물량이 많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환경오염이 가중될 뿐 아니라 산업 원료로 사오거나, 부족 문제에 시달린다. 최근 생활 폐기물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지만 수거된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 예를 들어 이물질이 들어 있는 빈병이나 종이팩은 재활용 비용과 공정이 많이 들어 철저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활용 효과가 반감된다. 즉 제품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생애를 자원으로 순환시키기 위해 중간 걸림돌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해결방안 중 하나가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가정에서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재활용하기 쉬운 포장재를 사용해 재활용률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최근 이 같은 취지에 적극 부응한 포장재 재활용 용이(1등급) 인증 제품이 처음 출시됐다. 그 의미와 자원순환사회를 향한 다각적 행보를 짚어본다.
◇‘재활용 용이’(1등급) 제품 첫 탄생
동아오츠카 ‘오로나민C 120㎖’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재활용 용이’(1등급) 인증을 처음으로 받았다. 이 제품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제도’가 시행된 이후 출시된 신규제품으로 몸체와 라벨·마개 모두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기준(유리별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 항목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다.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은 포장재 재활용 비용을 절감하고 국가·제조업체·재활용사업자 간 시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도입한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제도를 운용한다. 이 제도는 재활용 의무대상 포장재(EPR 대상) 중 새로운 포장재를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 중 재질·구조개선이 필요한 포장재를 대상으로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운영기관에 평가 대상 포장재를 신청하면 운영기관은 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포장재의 재질·구조개선 기준에 따라 평가심의 후 그 결과를 등급으로 매긴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포장재별 재질·구조개선 기준을 만드는 등 제도를 도입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을 운영기관으로 지정했다. 또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하기 위해 학계·연구계·산업계 등 전문가를 평가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은 제도운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시험분석으로 정확한 평가대상 데이터 확보를 위해 공인시험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참여기업을 늘리기 위해 이 제도의 교육과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은 오로나민C처럼 재활용 용이 1등급 인증 받은 포장재를 홍보하는 한편 의무생산자가 낸 분담금 일부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 중이다.
해당 업체는 인증 받은 제품의 각종 인쇄물과 광고에 ‘재활용 용이한 포장재(1등급)’라는 용어를 사용, 제품 이미지 제고에 활용할 수 있다.
탄산드링크 오로나민C는 레몬 11개에 준하는 비타민C와 비타민 B2, B3, B6, 필수아미노산 세 종류를 함유하고 있어 하루에 필요한 종합 비타민 섭취가 가능하다. 벌꿀과 탄산수가 들어 있어 부드러운 상쾌함을 제공한다. 이 브랜드는 현재 일본과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6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 300억병을 기록했다.
◇시급한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2003년 기업이 생산한 제품과 포장재에 대해 해당 기업에 재활용의무를 부여하는 EPR제도가 도입된 뒤 재활용 기반 시설과 재활용 실적은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이 생산단계에서 재활용 용이성보다 소비자 선호도 등 판매 전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재활용 비용이 증가하고 재활용 제품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제기됐다. 예를 들면 생수병을 투명하게 만들지 않고 푸른색을 첨가해 청량감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기업이 재활용 분담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마케팅 전략 일환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프랑스·영국 등 선진국에선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을 선행하고 있다. 일본은 페트병리사이클링추진협의회에서 페트병 자주설계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무색 이외 페트병 사용과 재활용이 어려운 마개, 라벨 등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또 유리병 자주설계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알루미늄박을 붙인 라벨 사용을 막았다.
프랑스는 ‘포장·포장폐기물 지침’에 따라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위원회를 조직해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을 위한 재질·구조 관련 사항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관련 가이드라인과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또 재활용 방해 재질·구조에 대해 분담금을 할증하는 그린도트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도 ‘포장·포장폐기물 지침’에 따라 포장 규정을 마련하고 산업계와 지자체 간 자발적 협약을 맺어 협약 준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추세에 맞춰 환경부는 2012년부터 2년간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함께 페트병을 대상으로 재질·구조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해 6개사 10개종 페트병 포장재 재질·구조를 개선했다.
환경부는 이어 지난해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종이팩·금속캔·유리병·페트병·플라스틱·발포스티렌 6개 포장재를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바꾸면 재활용 분담금을 덜 낼 수 있도록 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별 기능·형태에 따라 ‘재활용 용이’(1등급), ‘재활용 어려움’(2~3등급)으로 구분하고 1등급 포장재로 재질·구조를 개선하는 의무 생산자에 재활용 분담금 인하 등 유인책을 제공한다.
생산자가 자신이 출고한 제품이나 포장재 전량을 회수해 재활용하거나 분담금을 내면 2년간 ‘재활용 의무이행 인증마크’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기준(자료=환경부)>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