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휴대폰 세이프가드 발동 가닥…韓기업 피해 불가피

터키가 휴대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예정이다. 현지 휴대폰 시장점유율 약 60%를 보유한 우리 기업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터키는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휴대폰 수입 세이프가드 조사를 다음 달께 마무리하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터키는 우리 정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세이프가드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기 정부는 자국 기업 베스텔(Vestel) 제소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5일 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다. 휴대폰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베스텔은 터키 최대 전자업체로 작년 9월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양자협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터키에 이의를 제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제회의에서 터키의 공정한 조사를 공식 건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베스텔이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터키 휴대폰 수입 연평균 증가율이 2.7%에 불과하고 터키 시장 점유율 변화도 미미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런 대응에도 터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세이프가드 발동을 최종 결정하면 우리 기업 휴대폰 수출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기준 터키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50% 이상, LG전자가 7%를 차지한다. 미국 애플은 12%에 달한다. 지난해 터키가 수입한 우리나라 휴대폰은 62만3823대(1억7900만달러)로 집계됐다.

터키는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수입품 물량 제한, 관세율 조정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관세율을 높이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이프가드 발동은 보통 한 달 유예기간을 두기 때문에 다음 달 터키 정부가 결정을 내리면 10월부터 휴대폰 관세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WTO 제소, 보상 요구 등 사후대응이 가능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는 터키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훨씬 많아 적절한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터키가 세이프가드 결정을 내린다면 업계와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외교 채널을 거쳐 터키에 지속적으로 우리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휴대폰 제조기업 관계자는 “터키에서 한국 휴대폰 인식이 좋고 젊은 층이 유독 많은 터키 특성상 관세율을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면 한국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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