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지주사 전환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대대적 수술을 통해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찼던 창업 초기 벤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IT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나타난 관료주의, 관성화를 배격하면서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래리 페이지 등 구글 창업자의 생각이 구현됐다.
사업적으로는 최고의 검색엔진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데서 한발 나아가 무인자동차, 로봇, 드론, 생명과학, 우주사업 등을 독자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레리 페이지 최고경영자는 이날 “(지주사 법인명인)알파벳은 인류 최고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언어를 상징하고, 구글 검색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 이름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구글의 모든 주식은 자동적으로 알파벳 주식으로 대체되고, 구글은 알파벳이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로 전환된다.
◇미래 구글은 어떤 모습
구글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각 사업을 사실상 개별기업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구글 경영진이 공개한 개편안에 따르면 인터넷 사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을 알파벳의 자회사로 보낸다. 보다 가벼운 몸집을 갖췄지만, 자회사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열기구를 통한 인터넷 연결 등을 개발해온 연구소 구글X와 포도당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같은 생명과학 제품을 개발하는 라이프 사이언스, 노화 예방 및 헬스 케어 사업부문인 칼리코도 각각 자회사가 됐다.
또 드론 배송 프로젝트, 고속 인터넷 사업인 파이버, 스마트홈 시스템 네스트, 장기 투자 부문인 구글 캐피털 등이 구글과 독립적인 자회사로 알파벳에 편입됨에 따라 해당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지 CEO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경영진 변화는
구글 창업 1세대 주역들은 대거 지주회사로 옮긴다. 구조개편안에 따라 공동 창업자인 페이지와 브린(42)이 각각 알파벳의 CEO와 사장으로 이동한다.
구글은 순다르 피차이(43) 선임 부사장이 이끈다. 피차이 부사장은 검색과 광고, 지도, 유튜브, 메일, 크롬, 안드로이드 등 인터넷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의 체제 개편은 다각화한 사업을 다루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며 “구글의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구조개편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모델로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페이지는 지난해 FT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점차 버크셔 헤서웨이와 닮아가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알파벳은 올 4분기부터 사상 처음으로 구글의 인터넷 사업과 나머지 자회사 사업 성과를 별도로 보고하기로 했다.
김창욱 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