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약이 미 보건 당국 승인을 획득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처음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신약 ‘스프리탐(Spritam)’을 승인했다고 4일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이 약은 아프레시아 의약회사(Aprecia Pharmaceuticals)가 만들었다. 간질 환자를 위한 경구약이다.

일명 집도스(ZipDose)라는 기술을 활용한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적층 공정으로 만들었다. 공기 구멍이 많은 다공성 결합체를 만들기 위해 분말 위에 수성 유체를 뿌려 층을 쌓아올렸다. 다공성이라 수분을 빨리 흡수하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녹아 물 없이도 삼킬 수 있다. 액체에 넣으면 약이 빠르게 퍼져 미리 측정된 용량만큼의 양을 신체에 전달한다.
이전까지는 의사가 환자에 맞게 기존 약을 쪼개거나 했지만 미리 정보만 주어지면 필요한 양만큼 약물을 투입할 수 있다. 알약은 보통 제조 과정에서 압축되고 용량 범위가 제한돼 있다. 이 약은 압축 과정이 필요 없어 환자 상태에 맞춰 나노단위의 정확한 용량으로 약을 만들 수 있고 방출 시간도 조절 가능하다.
이 회사는 최대 1000밀리그램까지 3D 프린팅 기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시판 예정일은 내년 1분기다.
타오 레비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3D 프린팅 기술은 이전까지 취해오던 획일적인 접근 방식보다 각 환자에 맞는 치료법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 FDA가 점차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연이어 승인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헬스케어 산업에서 3D 프린터는 치과의사가 턱과 치아 복제품이나 완성된 형태의 임플란트 등을 만들거나 정형외과 의사가 맞춤화된 교체용 고관절을 만들어 시험하는 데 사용된다. 영국 과학자들은 의사가 보다 정확하게 몸 속 종양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3D 프린팅 기술로 환자 몸체를 같은 크기와 형태의 레플리카 모델로 만들었다.
3D 프린팅 기술은 아이들 ‘기도연화증’을 해결하기도 했다. 기도연화증은 기도가 무너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병으로, 막힐 때마다 뚫어줘야 하는 희귀병이다. 이 병에 걸린 아이는 대부분 두 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 소아 이비인후과 연구진은 이 병에 걸린 아이들 기도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한 후 3D 프린팅으로 기도 붕괴 현상을 막는 부목을 만들었다. FDA도 이 수술을 위해 이를 긴급 허가한 바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