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롯데는 민심을 두렵게 여기라

3일 온 국민 관심이 김포공항에 쏠렸다.

지난 일주일여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롯데가의 마지막 주인공이 귀국하면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머리를 숙여 국민 앞에 사과부터 했다. 그리고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했다.

문제는 한국기업이라는 롯데의 권력 정점에 선 삼부자간 전쟁을 보는 한국사람들의 정서다. ‘뼈속까지 사무라이 정신으로’나 ‘상대를 세키가하라식으로 섬멸하겠다’는 용어가 나오는 판에 이것이 닌자소설인지, 현실인지가 아리송할 정도다.

우리 국민은 전후 배고프던 시절,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껌’에 대한 이유 없는 동경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롯데가 내놓은 것이 CF송으로 더 많이 알려진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다. 그렇듯 우리 국민 정서 밑바닥에서 시작해 국민 소비로 커온 기업이 현재의 롯데다. 재계 5위에다 한·일 양국에서 모두 프로야구단을 거느린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소비자와 등치되는 국민이 없었으면 클 수 없는 기업이다. 지금도 유통·쇼핑·호텔 등 소비분야에서 내는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롯데에게 이미지와 신뢰성·로열티는 사업의 전부다. 그런데 이 기업의 창업주와 아들이 일본말로 싸우고, 일본어로 된 지시서가 떠돌고, 일본 투자회사 지분율에 휘청이는 상황을 전국민이 목도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사태가 빨리 해결되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말까지 허언이 되고 만다면 더 이상 롯데는 한국기업이든, 일본기업이든 존립근거를 잃게 된다.

주주총회를 통해 정리할 것은 정리되고, 2세 경영권에 대한 명확한 교통정리가 국민 앞에 확인돼야 한다. 그것이 지금 롯데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롯데가 이 순간 가장 무겁게 여길 것은 자기 지분이나 회사 소유관계가 아니다. 민심을 태산처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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