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삼십삼분, 록앤올, 카카오, 더블유게임즈, 액션스퀘어, 스케인글로브.
게임이나 인터넷에 관심이 있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회사다. 이 회사들이 설립될 당시 투자를 했다면 2015년 현재 많게는 1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실제로 이 투자를 집행한 사람이 있다.
박영호 네시삼십삼분 CIO(최고투자책임자)가 그 주인공이다. 박 CIO는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 투자심사역(수석팀장)으로 2010년부터 5년 동안 약 20개 업체에 600억~700억원을 투자했다. 그 중 위에 언급한 6개 업체만 꼽아도 20배에서 100배 넘는 수익을 올렸다. 대부분 시리즈A(초기투자)나 단독투자를 감행했던 사례에서 대박이 터졌다.
한 게임사 대표는 그를 두고 “다른 투자심사역이 평생 한 번 할까 말까한 투자성공 사례를 5년 동안 연속해서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CIO는 지난 3월 한투파에서 모바일게임사 네시삼십삼분(433)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투파에서 받을 수 있는 수십억원 인센티브를 포기했기 때문에 게임·투자업계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433은 텐센트와 라인에서 받은 약 1300억원 투자금을 실탄으로 보유한 업계 큰 손이다.
박 CIO는 “(한투파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보다) 433에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이직 이유를 설명했다.
박 CIO는 이직 후 4개월 동안 약 10여개 모바일게임사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433이 투자한 게임사 중 규모와 금액 면에서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박 CIO가 가진 투자 기준은 △규모는 작지만 빠른 개발이 가능한 업체와 △지금 시장에서 유행하는 장르 외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다.
박 CIO는 “한투파에서도 유지했던 원칙”이라며 “다만 한투파 때는 수익을 중시하는 재무적투자(FI)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좀 더 긴 호흡의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전략적투자(SI)라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433 포트폴리오는 1년 이상 미래 시장을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박 CIO는 “지금 국내 개발사 10개 중 7곳은 RPG를 만든다”며 “남들이 다 하는 장르에 물량만 쏟아 부어 덩치를 키우는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차별성을 무기로 1년 후 시장에서 통할 게임을 찾는다는 것이다.
박 CIO가 내다보는 1년 후 유행 장르는 어떤 것일까. 그는 “실시간성을 강조한 PVP, FPS, AOS 장르를 주목한다”고 밝혔다.
박 CIO가 최근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업체는 온라인게임 ‘데카론’ ‘데카론2’ 핵심멤버가 모인 팩토리얼게임즈 ‘로스트킹덤’이다. 433은 지난해 백승훈 썸에이지 대표 추천을 받아 팩토리얼게임즈에 투자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로스트킹덤’은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박 CIO는 “‘로스트킹덤’이 ‘블레이드’ ‘영웅’을 잇는 433 텐텐텐(10×10×10) 프로젝트의 세 번째 게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텐텐텐’은 “10개 게임을 국내 시장에서 흥행시키고 10개 국가에 수출해 10개 회사를 상장 시키겠다”는 433 장기 프로젝트다.
‘블레이드’를 만든 액션스퀘어가 이 프로젝트 스타트를 끊었고 ‘영웅’을 만든 썸에이지가 뒤를 잇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