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메모리반도체 국산화 의지를 세계에 드러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세계 반도체 3위 기업 마이크론에 제안한 인수가는 230억달러(약 26조원). 세계 반도체 시장서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 규모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마이크론 인수 제안을 시작으로 중국이 본격적으로 메모리반도체 기술 사냥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강력한 정부 지원 아래 든든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기술력 있는 회사라면 인수에 거침없이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 분석가들은 이번 인수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는 미국 정부가 자국의 유일한 D램 제조사를 중국에 넘길 리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마이크론 인수 시도를 메모리반도체 기술 사냥 신호탄으로 풀이했다. 마이크론 인수 성사 여부를 떠나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층 적극적으로 기업 흡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대만 D램 기업 난야, 윈본드, 파워칩도 인수 물망에 올랐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이들 3개 기업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5% 수준이다. 삼성전자(43.1%), SK하이닉스(27.3%), 마이크론(22.5%)에 비해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메모리 기술력이 전무한 중국이 투자할 가치는 있다. 언어와 문화 장벽이 해외 기업에 비해 낮은 것도 유리하다.
파워칩은 D램 사업을 접었지만 중국과 비메모리 부문에서 손을 잡았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지역정부와 LCD 드라이버 칩과 CMIS이미지센서(CIS) 생산을 위한 12인치 팹 조인트벤처 설립에 합의했다. 130억5300만위안(약 2조4000억원)을 투자해 월 4만장 규모 팹을 짓는다. 허페이는 중국 BOE의 중심 생산기지다.
대만 난야와 윈본드도 유력한 인수 대상 후보다. 한때 대만 D램은 세계 시장을 호령했으나 점차 일본과 한국에 밀렸다.
최대 메모리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력 영입도 분주하다. 과거 중국은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시작할 때 국내 인력을 전략적으로 영입했다. 세계 각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전문가를 확보 중이며 국내 인력이 주요 대상이다. 수백 단계 공정을 거쳐야 칩을 만들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공정별 전문가가 대거 필요하다.
설계·장비 기업도 인수 대상이다. 특수 메모리를 설계하는 제주반도체와 피델릭스가 중국에 지분을 넘겼고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도 인수 대상이다. 어플라이드와 도쿄일렉트론이 합병을 추진할 때 중국이 일부 기술을 이전할 것을 요구한 것도 반도체 국산화 전략 중 하나다.
중국은 14나노미터 공정, 3D 낸드 등 D램을 제외한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갖추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세계 최대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어 중국 반도체 국산화에 속도가 붙었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 임원은 “국내 기업도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발 인수합병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 1분기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자료: D램익스체인지)
삼성전자 (43.1%), SK하이닉스 (27.3%), 마이크론(22.5%), 난야(3.2%), 윈본드(1.4%), 파워칩(0.8%),기타 (1.8%)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