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정일호 부강테크 회장 “환경산업 코리아 브랜드가치 높인다”

‘위기를 기회로, 규제를 시장으로 바꾼 역발상 성공 스토리’.

드라마나 영화에 애용하는 소재고,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게 되는 반전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기업으로 성장한 부강테크는 역발상으로 일군 성공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곳이다. 정일호 회장은 기업이나 경영인에게 언제나 멀고 골치 아픈 것으로 여겨졌던 환경을 회사 성장동력이자 경쟁력으로 삼았다. 세계 환경시장이 커지고 있는 지금, 정 회장은 환경산업 매력을 다른 기업에 알리는 환경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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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호 부강테크 회장은 35년간 환경 분야에 종사한 인물이다. 그만큼 환경산업 이해도와 애정이 깊다. 그 애정이 이제 세계 환경시장에서 또 다른 역발상 성공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국내 환경시장은 벌써 포화상태입니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수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중소기업 주축으로 구성된 환경 업계가 해외로 나가기 위해선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해외 환경시장 개척 구심점’ 지금까지는 이 구심점 대상이 정부와 대기업이었다. 정부와 대기업이 중심이 돼 환경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여기서 부가적으로 나오는 프로젝트 단위 사업을 많은 중소 환경기업이 수주하는 식이었다.

정 회장 역시 해외 환경시장 개척에서 정부와 대기업 중요성을 인정한다. 이들이 중소기업을 이끌어야 환경산업 성장 물꼬도 터진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대기만 해선 한계가 분명해진다.

정부와 대기업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들도 원칙과 선이 있는 것이고, 매번 중소기업 지원만 할 수는 없다. 대기업에 환경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건설회사들이 이 시장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석유화학이나 발전 플랜트에 비해 공사규모가 크지 않고 사업 발주가 현지 정부 정책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도 리스크다. 지금처럼 건설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적극적 행보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정 회장은 이 문제 해답을 자신에게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은 이제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관리가 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산업은 아직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대표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부강테크를 우리나라 환경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충분히 그 수준에 올라섰다고 봅니다.”

대기업이 나서기 힘들면 직접 해외 환경시장 가능성을 알리고 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30년 넘게 기술개발에만 매진해 온 만큼 이제는 영업 비중을 늘리고 신규 사업을 발굴해 대기업과 다른 환경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기업이 환경기업을 이끌고 가기 힘들다면 우리가 대기업이 참여하게끔 하면 됩니다. 지금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가 갖고 있습니다. 부강테크가 환경 전문기업으로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시장 공략법을 세워 대기업에 동참의사를 제안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입니다.”

부강테크도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여러 사업이나 과제를 수행하면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이제는 그 도움을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통해 환경산업 성장 결실로 잇겠다는 각오다.

이런 자신감은 환경산업에서 부강테크 위상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환경시장 초기인 1998년 가축분뇨 처리로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부강테크는 가축분뇨를 최종 방류까지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무엇보다 축산폐수, 하폐수 처리시장에서 그 이름을 계속 유지했던 것이 주효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환경시장에는 일명 ‘떴다방’ 식 기업이 난립했다. 하수처리장 사업 발주가 나오면 갑자기 신생업체들이 생겨나고 사업이 종료되면 유령처럼 사라졌다. 유지보수는 물론이고 설비가 제대로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도 숱했다. 기술과 설비도 다수가 일본산으로 우리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 회장이 축산폐수와 하폐수 처리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제대로 된 기술을 확보하고 계속성을 가진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더 나아가 신뢰에 금이 간 환경시장에 그래도 대표성 있는 회사 한 곳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목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우리나라 대표 환경기업이 되는 것이다. 세계 환경시장에서 한국기업 점유율은 0.5%에 불과하지만, 부강테크는 이미 지난 2008년 환경 기업 최초로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중남미에도 최초로 진출해 국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에서 부딪쳐 본 결과, 우리 기술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란 걸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후진국에도 기술과 노하우를 결합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바스토시 오염 지하수 질소 처리, 남미 파라과이 4대 강 사업으로 불리는 이파카라이 호수 정화 사업 사례를 언급하며 부강테크 기술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도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강조한 대기업과 환경 중소기업 간 해외시장 가교 역할도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올 초 미국 공공사업 발주에 필요한 ‘타이틀(title) 22인증’을 받으면서 다른 기업의 우수 기술 인증도 함께 추진했다. 얼마 전 대통령과 중남미 순방에서 만난 남미 기업을 우리나라 기업과 연결해주기도 했다.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신뢰로 세계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면서 우수한 한국 기술을 세계에 소개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엔 자원순환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 회장은 “21세기 환경산업 가장 큰 화두는 자원 순환으로 버려지던 모든 것들이 자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부강테크의 미션도 ‘쓰레기를 넘어 혁신으로(Innovation Beyond Waste)’로 정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가축분뇨부터 하폐수, 유기성 폐기물 등 버려지던 폐수(Waste)를 정화하는 데까지 사업을 영위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자원으로 재이용할 수 있는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그림이다. 이미 강원도 홍천에 조성 중인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환경부와 함께 축산분뇨에서 바이오가스를 뽑아내는 설비로 자원순환 영역 활동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이름 하나로 사업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부강테크 브랜드가 해외 국가나 시장에서 대한민국 환경산업·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