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부 수출대책 묘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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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성장 비결은 수출주도형 산업화(ELI:Export-led Industrialization) 전략에 있다.

ELI는 개발도상국이 내수 구매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을 확대해 규모 경제를 활용한 산업화를 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입에 의존하던 상품을 직접 자국에서 생산해 충당하기 위해 개발하는 수입대체 산업화(ISI:Import 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전략과 대비된다.

ELI는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제조업 제품 생산에 중점을 두면서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하고 다른 상품은 저가 수입재에 시장을 개방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가 이런 전략을 펼쳤다. ISI는 내수를 중점으로 폭넓은 산업기반과 상대적으로 자족적 산업경제 건설에 목적을 두는 전략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도입했다.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친 결과 동남아와 라틴아메리카 국가 희비가 엇갈렸다. 동남아는 수출 확대에 힘입어 고성장을 기록한 반면에 라틴아메리카는 글로벌 흐름에 동조하지 못하고 역동성을 상실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시작하면서 ELI전략에 착수했다. 해방 후 경제개발 초기 단기간 동안 ISI전략에서 ELI전략으로 신속히 이행해 국제경쟁력을 확보,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최근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상반기 수출액은 2690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5.0%, 수입은 2223억달러로 15.6% 각각 감소하는 등 월별 수출입액이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무역액 1조달러 이상을 달성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무역 1조달러 달성은 힘들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게다가 중국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거듭하면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증시불안으로 내수시장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중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황에서 국내 수출수요와 직결되는 중국증시 폭락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발언이 심각한 상황임을 잘 말해준다.

정부도 수출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놨다. 내용 대부분이 재탕이고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근 1년간 정부가 네 번째 수출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마땅한 묘수를 내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된다. 최근 수출부진은 세계경제 둔화, 저유가, 환율 등 경기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어서 ‘백약이 무효’하다는 동정의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놓아서는 안 된다. 환율과 중국내수 침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 발굴·육성, 생산비용 절감과 사업확장을 위한 규제 걸림돌 제거도 정부 의무다. 신규 해외생산기지를 발굴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진출 기업 생산시설을 국내로 다시 유턴시키는 유인책 등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한 ELI전략 재점검도 필요하다. ELI는 외부상황에 휘둘릴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높은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시장을 키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