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NHN엔터테인먼트 등 인터넷 기업이 당장 연말로 다가온 1차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전망이다. KT 등 통신사가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정부 역시 1차 설립 대상자로 ‘제2금융권’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과 인터넷·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홈페이지에 ‘은행업 인가 매뉴얼’을 공개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기본 방향을 담은 설명서다.
매뉴얼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선 1000억원 이상 자본금이 필요하다. 인터넷기업 등 산업자본은 은행주식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기존 은행 설립과 동일한 조건이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기 때문에 보안과 신용관리는 더욱 강화한다.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당장 은행 설립을 추진할 이점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금융감독원 매뉴얼 발표만으로는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오는 22일 예정된 설명회에 참여한 이후에나 향후 사업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컨소시엄 구성에 소극적이다. 네이버는 참여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터넷 기업이 1차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소극적인 것은 ‘금산분리’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법에 묶여있기 때문에 산업 자본 주도적인 참여는 불가능하다.
ICT기업을 포함한 본격적인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산 분리가 완화된 2단계 허가에서 가능하다. 이것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 은행법 통과를 전제로 한다.
다음카카오와 NHN엔터테인트는 우선 4% 이하 주주로만 참여가 가능하다.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는 다음카카오 등으로선 2차를 기대할 확률이 높다.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50% 이상 주식을 확보해 주도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더욱이 은행업무가 카드, 방카슈랑스, 대출 업무를 모두 할 수 있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인터넷기업으로선 기대가 크다.
반면 KT는 1차부터 적극적이다. 개정 은행법이 통과돼도 30대 상호출자제한기업은 4% 이상 주식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관계자는 “KT는 그간 쌓아온 통신업무로 신용업무와 보안 영역에서 노하우가 쌓인 만큼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