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띄는 기업이 없어요.”
핀테크기업 지원센터에 근무하는 한 상담자의 하소연이다. 상담을 신청하는 대다수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사업 아이템, 표적 고객 등이 모두 유사해 변별력이나 투자 매력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루에도 몇몇 ‘핀테크 꿈나무’가 상담센터 문을 두드리지만 참신한 기업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지원센터 상담자뿐 아니라 벤처투자사, 컨설팅사 종사자들도 투자할 만한 핀테크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이미 시장에 진출해 유명세를 탄 핀테크기업을 모방한 ‘카피캣’이 대부분이고 정작 독특한 사업모델과 현실성을 갖춘 꿈나무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핀테크 희망기업이 이 은행, 저 은행 정보기술(IT)부서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많은 기관과 투자자, 수요처는 식상함을 느낀다.
핀테크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핀테크 활성화 열쇠를 쥔 금융사는 여전히 핀테크 사업 제휴에 보수적이다. 핀테크기업과 금융사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지만 금융사는 투자에 소극적이다. 성공모델이 제시되고 그 모델을 토대로 발전된 형태와 틈새시장을 공략할 새 서비스가 나와야 하지만 기대 이하다.
보여주기 위한 단순제휴나 일부 테스트베드에 국한된 소극적인 사업이 대부분이다. 핀테크 활성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에서 주목받은 핀테크기술도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카피캣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각 금융회사가 핀테크지원센터를 만들거나 제휴에 눈을 돌린 지 수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참신한 서비스가 없고 핀테크 산업 비활성화를 기업의 탓으로만 돌리는 핀테크지원센터 상담 풍경을 보면 우리 핀테크 산업 미래는 암울하다.
핀테크 생태계를 역동적이고 생산적으로 돌리기 위한 열쇠는 기업과 금융사에 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로 핀테크 사업 개발에 나선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