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신재생 갈림길에 선 유럽]<중>프랑스, 원전폐기 놓고 정부-지자체 충돌

프랑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원전 정책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양상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프랑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국제 관계 차원에서 원전 감축 계획을 천명했지만 감축 대상 원전 주변 지자체는 “계속 유지”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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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브랜더 페센하임 시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지역주민 및 페센하임 원전 직원들과 원전 폐쇄 반대 시위를 했다.

프랑스 북동쪽 알자스지역 페센하임시는 정부 원전 감축 정책과 관련 페센하임 원전 폐기를 반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센하임 원전은 지난 1978년 가동을 시작한 1800㎿(880㎿+920㎿)급 원전이다. 프랑스 전력공사 EDF 소유로 37년 동안 운영, 현재 프랑스 정부 원전 감축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페센하임시는 주민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원전 폐쇄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는 “다함께 원전을 지키자” “2200명 페센하임 원전 근로자를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등이다.

원전 수명 우려에 대해서도 주기적인 수리와 장비 교체로 안전하게 가동되고 있으며, 노후설비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노후화와 안전을 이유로 폐쇄한다면 지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약속해야 한다는 조건론까지 내세웠다.

페센하임시가 원전 유지 입장을 고집하는 것은 마을 태생과 관련이 있다. 페센하임은 초기 조성단계부터 발전소가 큰 역할을 해 온 곳이다. 1956년 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 마을이 형성되고 시작했고, 1977년 원전이 들어서면서 도시로서 지금 모습을 대부분 갖췄다.

현재 페센하임 주민은 2300여명. 이 중 원전에서 근무하는 주민만 300여명이고 그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900여명에 달한다. 전체 주민 절반 가까이가 원전 때문에 이곳에 머물러 있어, 원전이 폐쇄될 경우 지역경제가 붕괴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페센하임시와 주민들이 정부 원전 감축 정책을 “무책임하다”고 평가절하는 이유다.

클라우드 브랜더 페센하임 시장은 정부가 원전을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지금 페센하임 원전은 노후하지도 않았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며 “정치적 의도로 폐쇄하려는 것에 동의하지도 않고 실제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시장은 현 올랑드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주민와 원전 폐쇄 반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 생각도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페센하임 원전 관련 알자스 지방 원전 찬성 여론은 66% 수준이며, 페센하임만 놓고 보면 90% 찬성으로 추산되고 있다. 독일, 스위스 등 주변국의 원전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시각을 가졌다.

리틀레르 티에리 페센하임 지역자치의장은 “원전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여러 이익과 혜택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며 “독일은 원전을 폐쇄하고 석탄 등 다른 원료를 확보하면서 더 심한 오염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 등을 사용해 오염시키는 시스템보다 원전이 더 환경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소신을 낯선 외국기자 앞에서도 감추지 않았다.

페센하임(프랑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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