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돈이 모이고 흘러가는 코스닥시장 만든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의 ‘거래소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에 독점거래소 이미지를 버리고 수요자 중심 시장 서비스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거래소는 자회사로 분리되는 코스닥시장을 유가증권시장에 버금가는 성장·기술형 기업 중심의 메인보드시장으로 육성해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엔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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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벤처·모험 자본시장 선순환 생태계 구축

한국거래소는 2일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하고 ‘경쟁과 혁신으로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아시아 금융허브’를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4대 전략으로는 △수요자 중심 서비스 강화 △시장 간 경쟁체제 확립 △글로벌 경쟁력 제고 △경영시스템 혁신을 제시했다. 12대 세부 전략과제를 만들어 추진한다.

수요자 중심 서비스기업 변신을 위해 우선 스타트업기업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한다. 기존 상장지원센터를 확대·개편하는 창업지원센터는 창업에서 상장에 이르는 토털 자금조달 컨설팅을 무료 제공한다.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가 직접 M&A 매도·매수자를 발굴해 매칭시키는 중개기능도 수행한다. 미국은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회수가 76%에 달하는 반면에 국내는 2%에 머문다는 비판을 감안한 조치다.

시장 간 경쟁을 도모해 유가증권시장은 중견·우량기업 중심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메인보드로, 코스닥은 중소·벤처를 포함한 모든 성장형·기술형 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차별화한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사적시장(Private Market)을 연계해 초기 모험자본 조달을 적극 지원한다.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구조를 전면 재설계해 ‘크라우드펀딩→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벤처·모험 자본시장 선순환 생태계를 완비할 계획이다.

글로벌 거래소가 IT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하는 추세에 맞춰 한국거래소도 세계에 자본시장 IT를 수출하는 IT솔루션 공급자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호환 사양을 탑재한 수출용 IT솔루션 패키지를 개발하고 수출 대상국을 넓혀 나간다. 거래소의 IT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IT기업 인수도 추진한다.

거래소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자회사별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성과·인사관리 체계를 개편하는 등 경영시스템을 효율화한다. 지주회사는 경영관리, 자회사는 사업기능으로 경영을 전문화하고 회사별 독립채산제를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기능 중복으로 인한 비용 증가 요인을 원천 제거하고 조직구조를 슬림화해 효율화를 기한다는 구상이다.

◇자회사 분리 놓고 벌써부터 불협화음

거래소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는 이번 개편안이 ‘옥상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점거래소 이미지를 벗으려면 우선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이 우선인데 현 체제에서 얼마나 코스닥 시장이 경쟁력을 갖출지가 의문이다. 단순히 자회사 수만 늘리는 차원이라면 기존 사업부 체제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코스닥시장 분리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벤처업계는 지주회사 체제하의 자회사 설립 방안이 아쉽지만 잘 키워간다면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성장기업 상장이 쉽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하고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간섭하지 못하게 독립성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코스닥이 자회사로 분리되면 상장 문턱이 낮아져 부실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해 피해를 키우지 않을까 우려한다.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 후 현재까지 상장폐지된 494개사 가운데 79.4%에 해당하는 392곳이 IT버블 시기에 상장된 기업이다.

자회사로 분리되는 공공부문 기능 조정도 난제 가운데 하나다. 3개 거래소와 청산회사는 기존과 차이가 적겠지만 비영리법인이 될 시장감시법인 기능을 어떻게 할지는 벌써부터 관심사다. 여기에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는 예탁결제원과 IT인프라를 관장해온 코스콤의 기능조정은 시작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금융위 결정은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만 가능하다. 당국은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정안이 어떻게 바뀔지 언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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