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완화와 한국형 핀테크 사업 모델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열기가 뜨겁다. 정부는 최근 은산분리 일부 완화와 IT기업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전규제를 최소화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사실상 인가했다. 시장 반응도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형 핀테크 산업을 어떻게 진흥해 나가야 할지 같은 고민이다. 전자신문 스마트금융포럼은 여러 사업자와 함께 고민하고 이정표를 제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참석자
윤완수 웹케시 사장
정연태 새누리당 정보과학분과위원장
우석원 농협은행 채널지원본부 부행장
박호기 신한은행 미래채널본부장
김종현 KB국민은행 정보보호본부 상무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
신준현 비자카드 이사
이윤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은행과장
구자원 LG CNS 금융/공공혁신부문장
이기열 SK C&C 전략사업부문장
조정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놓고 규제완화에 입장 차이가 있다. 은산분리 등 규제완화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조정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세계적으로 금융 규제를 풀어준 국가는 극히 드물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게 은산분리다. 이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금융사가 산업자본에 투자가 가능한지, 반대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취득할 수 있는지다.
금융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되는 건 필수다. 그 기능을 하려면 규제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은산분리를 제도적으로 완화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삼성전자가 획기적 모바일 시스템을 개발했다면 금융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큰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만 여러 안전장치를 보다 강력하게 깔아놓은, 꼼꼼한 모니터링이 전제조건이다. 제도적으로 산업자본이 은행에 진출할 기회는 열어주되 사금고 방지책, 은행 라이선스 부여 강화 등 장치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박호기 신한은행 미래채널본부장=인터넷전문은행은 전통 금융사에도 위기이자 기회다.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로 길을 터줬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를 필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논의 자체가 알리페이 등 환경 풍토가 전혀 다른 해외 생태계를 따라가려는 것은 우려된다. 수익모델을 어떻게 창출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안성 강화와 대형사고 발생 시 후유증을 해결할 수 있는 사후 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국민에게 신뢰성을 줄 수 있는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정연태 새누리당 정보과학분과위원장=금융당국에서 업계 요구사항을 반영,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는 다소 파격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규제를 풀수록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규제를 모두 풀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안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심사평가 기준과 수익성 확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모델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형태의 인센티브 전환책이 필요하다.
◇사회=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전통금융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우석원 농협은행 채널지원본부 부행장=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수익모델로 갈 수 있는가, 보안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신뢰성 확보다. 중국은 땅이 넓고 신용카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 같은 환경을 활용해 유니온페이가 성공을 거뒀고 알리페이는 스마트폰 보급과 중국 정부 지원에 바탕을 두고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은 기존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전자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고민해야 한다.
보안 강화도 선결과제다. 보안사고 등이 터지면 국내에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된다.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이 성공을 거둔다 해도 보안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P2P나 크라우드 펀딩 등 신규 사업에서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생존 자체가 힘들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농협은행에서도 고민했다. 일일이 핀테크 업체를 심사해 협업하는 구조보다 오픈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준현 비자카드 이사=핀테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 사업은 등떠밀려 하는 분위기가 있다. 알리페이 등 해외 거대 기업 위협 때문에 조바심이 발현돼 조급히 추진하는 경향이다.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우리나라 금융은 폐쇄적이고 안방내수형이다. 이제 핀테크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은 스케일 비즈니스를 펼쳐야 성공할 수 있다.
국내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아시아 지역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진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면 국내 업체 해외 진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호환성 등 측면에서 국내 시장만을 염두에 두지 말고 스케일을 키워 해외 시장을 공략할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IT기업 특혜 시비 등 사업자 간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간극이 크다.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 간 협업체계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김종현 KB국민은행 정보보호본부 상무=지금 분위기는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쟁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다. 전통 금융사가 보수적이고 몸집만 커진 공격 대상으로 전락했다. 규제를 풀 건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 규제가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인지 IT 기반 핀테크를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과 IT산업 상생이 절실하다. 하루에도 전자금융 사고가 수백 건 발생한다. 사고를 줄이려면 추가 인증이나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작업이 병행되며 이는 금융 서비스 사용 불편을 가져온다. 최근 규제 완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금융 사기범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핀테크, 간편결제’라고 한다. 규제를 완화하되 전자금융 사기를 방지할 대비책이 수반돼야 한다.
전통 금융사가 보유한 인터넷뱅킹 노하우 등을 적극 활용해 상생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은행이 뭔가 잘못됐고 이를 개선하고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발점은 전통 금융사와의 협업, 상생이다. 또 무엇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하는지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핀테크 요람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다년간 근무했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속도만 빠른 IT 강국이다. 이미 중국은 2013년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금융제도를 정비하고 이미 은행 두 곳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 핀테크 전략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P2P, 환거래 등 핀테크 산업 영역 범주를 정해 그 안에서 사업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구분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소규모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다고 하지만 명확한 사업 계획이나 카테고리가 없다. 중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당시 두 가지 측면을 고려했다. 모럴헤저드 방지와 오버뱅킹 방지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악용해 자금을 도용하거나 다른 곳에 유용하는 문제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규제를 완화해 은행 난립 방지에도 신경을 썼다. 실제로 대만은 1년에 은행이 30여개씩 생기다보니 자격이 안 되는 곳이 유관 사업을 펼쳐 많은 곳이 도산했다. 자본금 규제와 주주 모럴헤저드를 방지할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사회=IT업계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이 많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떻게 가야 하는가.
◇이기열 SK C&C 전략사업부문장=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에 공감한다. IT기업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핀테크 사업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범위를 너무 작게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실체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활용해 진행돼야 한다. 일부 대출, 결제, 송금 등 각각의 사업을 구분해 따로국밥 식으로 범주를 정해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가적 과제로 금융 선진화를 이루려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한두 개 사업자로 국한해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은행을 2순위로 미룬다는 발표도 있었다. 은행에 길을 열어줬다고 하지만 사실상 이 또한 강력한 규제다.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만큼 모든 제한과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규제를 풀고 생존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도태되는 곳은 사라지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IT기업과 금융사 간 상생구조를 꾸리는 게 먼저다.
◇구자원 LG CNS 금융/공공혁신부문장=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국가 어젠다, 창조경제 틀에서 봐야 한다. 한국은 IT 강국이라고 주창하지만 그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서비스 업체나 핀테크 기업을 배출하지 못했다. 사업 초반에 국내 금융사가 혁신적 사업모델과 잠재력을 수용하기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핀테크 기업에 레퍼런스를 요구하고, 서비스거래 연속성을 위해 회사 규모를 먼저 따지는 습관이 팽배해 있다. 그러다보니 IT 강국이라는 허울에 갇혀 글로벌 기업 테스트베더로 전락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기존 금융사는 IT기업이 보유한 인력이나 인프라를 활용해 투자비를 절감하고 보안성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 협업체계를 갖춰야 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최저 자기자본금을 5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들여다보면 이 금액 중 상당금액은 전산설비 구축운영 등에 사용된다. 금융사는 이 같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IT기업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려면 많게는 50여명의 IT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IT기업이 보유한 인력과 서비스를 활용하면 윈윈할 수 있다. 보안성 강화도 같은 선상이다. 제2 금융권이나 IT기업이 제1 금융권과 동등한 보안수준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IT기업 보안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최근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여러 규제를 완화했다. 올해 1~2곳의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윤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은행과장=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 금융계와 산업계 인식이 다르다. 특히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업 라이선스 부여는 국내에서 1992년 이후 부여한 적이 없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약 160조원이 투입됐는데 상당수 금액이 은행에 들어갔다.
온라인 기반 전문은행에 무작정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초기 설립이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라이선스 부여 우선순위를 IT기업 1순위, 2금융권, 그 다음이 1금융권이다. 은행이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부여받거나 사업에 참여하면 무엇이 바뀔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은행은 핀테크 기업과 제휴해 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은행 외의 플레이어에 라이선스를 부여, 초기 사업을 진흥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주주구성과 해외진출 여건 등 여러 사항도 꼼꼼히 체크할 계획이다. 자본금 500억원 가이드라인도 실제 인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자본 2000~3000억원을 출자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출자능력 여부를 핵심요소로 판단한다는 말이다.
건전성 규제 부문도 선택과 집중으로 실효성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전통 은행은 바젤III를 이용해 건전성을 판단하겠지만 갓 태어난 인터넷전문은행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무리다. 태어나서 걸을 수 있는 기간을 줄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요 고객층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논의도 있다. 신용등급보다는 제너레이션(고객층) 이슈로 접근하는 게 맞다. 특히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춘 특화 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비대면 인증 우려에는 오히려 대면보다 비대면이 더욱 높은 본인인증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전통 은행보다 지불결제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카드사 사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정리=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