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장에 미친 영향은

SK텔레콤이 이통 3사 중 마지막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지 한 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8일 KT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15일), SK텔레콤(20일)이 연이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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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지금까지 이통사가 내놓은 어떤 요금제보다 기간 대비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며 대표 요금제로 자리 잡았다. 요금제를 낮추는 가입자, 데이터를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등 이통시장에 전반적 변화를 불러왔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통신 서비스 소비 형태가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다.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늘리고 데이터 사용 패턴에 맞춰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한 달간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며 하반기 진정한 데이터 중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번호이동→기변→요변

1997년 LG텔레콤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이통사 간 마케팅은 번호이동(MNP) 중심으로 이뤄졌다. 남보다 많은 보조금(지원금)을 써가며 고객 빼앗기에 주력했다. 이런 마케팅 형태는 불법 보조금 살포로 여러 차례 ‘대란’을 일으키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이통사 경쟁 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입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이던 지원금이 동일해졌다. 번호이동을 해도 나아질 게 없고 오히려 장기가입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기존 이통사에서 기기만 바꾸는 기변(기기변경)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기변 고객은 54.7%로 번호이동(21.2%)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통사도 마케팅 전략 중심을 기존 고객 혜택 강화로 맞췄다.

5월 이후 시장은 또 한 차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되며 단순한 기기변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요금제 중심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데이터를 핵심으로 한 ‘요변(요금제 변경)’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본인 데이터 사용량 패턴에 적합하면서 더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고객이 늘어났다.

이통사는 경쟁사보다 1000원 더 저렴하고 데이터는 100~300MB 더 많이 제공하면서 경쟁을 펼쳤다. SK텔레콤이 유무선 음성 무제한을 내걸자 LG유플러스와 KT도 음성 무제한 폭을 전 구간으로 확대했다. 데이터 무제한도 5만원대로 낮췄다. 특정시간 데이터 무제한 등 부가상품(TPO) 출시가 이어지면서 ‘중저가 요금제’와 ‘TPO’를 적절히 사용하는 합리적 소비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김용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비용 발생이 낮은 음성의 원가를 찾아가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며 “VoLTE 등 올-IP 시대가 되면 음성에 상관없이 네트워크 자원 활용에 따라 과금하는 요금제가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요금 하향 가입자 증가

지난 한 달간 시장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2만~3만원대 저가 요금제로 고객 이동이다. 기존엔 개인별 음성과 데이터 사용량이 다른데도 둘 중 한 가지를 무제한으로 쓰려면 무조건 고가 요금제를 써야 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2만원대부터 음성 무제한 시대를 열었다.

데이터 사용량이 적고 음성 사용량이 많은 중장년층에서 저가 요금제로 이동이 늘고 있다. 이통 3사 공통된 현상이다. 이들은 기존 요금제보다 낮은 가격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택한다. SK텔레콤은 61%, KT는 68%가 요금제를 낮췄다. LG유플러스도 6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적으로 사용자 부담이 줄었다는 의미다. 반면에 데이터 사용이 많은 20·30대 고객은 이보다 높은 5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선호한다.

SK텔레콤의 리필하기, 선물하기, 함께쓰기나 KT의 밀당 등을 활용한 ‘똑똑한’ 데이터 소비도 늘어났다. 기존에도 부족한 데이터를 선물하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이후 한층 활성화됐다.

지난 5월 데이터가 부족했던 KT 고객 30%가 평균 450MB를 밀당으로 당겨썼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요금제 고객의 리필하기 이용률(20%)은 기존 T끼리 요금제 대비 두 배 증가했다. 동영상 시청이 많은 고객은 매일 1GB 비디오전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LG유플러스 비디오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하반기 진정한 데이터 중심 승부

이통사는 지난 한 달간 경쟁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하반기에는 고객 혜택을 늘리기 위한 ‘다듬어진’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데이터 중심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우선 중저가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음성은 무제한 시대가 열렸지만 중저가 요금제에서는 기존 요금제보다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전반적 기조와 맞물려 부가 서비스가 아닌 요금제 자체에서 데이터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음성 무제한으로 낮은 요금제를 찾는 고객이 늘면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이 낮아진다. 수익성 증대를 위한 이통사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LTE 시대처럼 가입자 데이터 사용을 늘려 상위 요금제 선택을 유도하는 게 수익성 확대의 한 방편이다. 동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 사용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 예상된다.

이통사는 시장 상황을 살피며 하반기 전략 수립을 고심하고 있다. 5월에 발표된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초보적 수준이다. 여기에 새로운 혜택과 콘텐츠를 가미해 이통사별 색깔을 입히는 게 하반기 승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낮은 요금제를 선택하는 가입자가 많지만 오히려 높은 요금제로 이동한 가입자도 있어 이번 달 나올 결과를 면밀히 살펴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7~8월 이통 시장 비수기 동안 성수기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요금제와 상품을 만드는 게 모든 이통사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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