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장착 의무화 정책에 따라 특수를 누렸던 디지털운행기록계(DTG) 시장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내리막을 걸을 전망이다. 시장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정부도 미장착 시 부과하던 과태료를 현행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액하면서다.
8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교통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개정안은 현재 입법 예고 상태로, 13일까지 특별한 반대 의견이 없으면 개정이 이뤄진다. 아직까지 반대 의견은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개정안은 현행 100만원인 DTG 미부착, 운행기록 유실, 자료 제출 불응 과태료를 대폭 감액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부착 과태료는 1차 위반 10만원, 2차 위반 20만원, 3차 위반 30만원으로 낮아진다. 최고 10분의 1까지 과태료가 감액되는 셈이다. 운행기록을 보관하지 않았거나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던 과태료는 7만원으로 낮춘다.
이에 따라 DTG 시장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DTG 시장은 정부 의무화 정책에 따라 2011년 이후 특수를 누렸지만 유효 기간이 끝난 셈이다. 새로 출고되는 일부 신차를 제외하면 당분간 수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DTG는 차량의 주행 속도와 가·감속 정보, 운전시간과 운전자 특성을 기록하는 일종의 블랙박스다. 국토부는 2009년 12월 교통안전법을 개정해 2011년 이후 영업용 차량은 DTG를 의무 장착하도록 했다. 난폭운전과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장착 완료 기간은 버스와 법인택시 2012년 12월, 화물차와 개인택시 2013년 12월까지였지만 6개월씩 연장했다. 기존 운행 차량까지 의무 장착 대상이어서 새 업체가 신규 진입하는 등 시장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포화하고 제도 환경도 변하면서 일부 업체는 사업 축소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화 정책에 맞춰 DTG 사업을 시작하고 제품도 개발했지만 상황이 변했다”며 “당분간 틈새시장은 남아 있겠지만 의무화 시장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어서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운수업계 여건 상 과태료 100만원이 과도하고 DTG 장착률도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말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영업용 차량의 DTG 장착률은 96%에 달했다. DTG 장착이 차량 정기 검사와도 연계된 만큼 앞으로 위반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DTG를 최대한 많이 장착해 대형 사고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지 과태료를 걷는 것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며 “운행 중인 차량의 DTG 장착이 거의 완료됐고 장비가 없으면 정기 검사 자체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위반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