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W 반독점법 규제, 건강한 SW생태계 조성의 첫걸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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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각국에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은 EU집행위(EC)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28개 회원국의 온라인 시장을 단일화하는 ‘디지털 단일시장(Digital Single Market) 전략’을 발표했다. 연내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가격비교 사이트 등 미국 플랫폼 기업까지 반독점 혐의 조사 범위를 넓힌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중국은 미국 CDMA 제조기술업체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1조원가량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가안보전략으로까지 격상된 ‘취IOE(IBM·오라클·EMC를 벗어나자)’ 정책을 펴며 소프트웨어(SW) 핵심기술을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비해 국내는 글로벌 IT기업 독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스마트 플랫폼 분야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와 같은 특정 제품 사용비율이 현저하게 높다. 국내 SW 시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SW 기업 독점이 심화돼 국산 SW와 공정한 경쟁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SW 시장 편중은 국산 SW 제품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 품질 저하로까지 이어져 점점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사용자 경험으로 완성도가 높아지는 SW 특성상 시장점유율이 낮고 사용자가 적게 되면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SW 기업 시장진입에 고충과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오라클의 ‘끼워 팔기’ 조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 60%를 점유한 오라클이 유지보수 계약 시 차기 제품 구매를 의무화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기관이 향후 오라클 DBMS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쟁 사업자를 배제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판단하고 이르면 6월 조사 결과를 발표해 제재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라클 끼워 팔기를 문제 삼아 제재를 시도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인 만큼 조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를 떠나서 불공정 관행 시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지는 국내 SW 기업 종사자 중 한 명으로서 매우 환영하는 바다. 원리원칙에 따른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EU와 중국은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기업 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미국과 통상마찰을 감수하면서도 미국 IT 기업의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부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 규제를 강화해 국내 SW 기업 자생력을 키워주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인수 티맥스소프트 대표 insoo_chang@tm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