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기업이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수출기업뿐 아니라 내수기업도 실적을 회복하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1분기 유럽 주요 600개 기업 주당순이익(EPS) 증감률은 증가했다. 지난 2013년 4분기 증가로 돌아선 이후 6분기 연속 증가세다. 증감률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데 이어 올 1분기 10.6% 늘었다. 같은 1분기 2% 증가에 그친 미국 기업보다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업종별로는 기계, 운수장비 등 자본재와 서비스 업종 이익이 40% 성장했다.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 영향이 컸다. 유로화는 지난 3월 1유로에 1.04달러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독일 지멘스는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이 3.5배 뛰었다. 유로화 약세 혜택을 크게 받아 신규 수주가 16% 증가하고 사업 매각 효과까지 더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유가 하락으로 내수 소비 향상도 기업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전형적인 내수 산업인 통신업은 지난 1분기 이익 증가율이 30%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스페인 이동통신사 텔레포니카는 1분기 기존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영국 보다폰 그룹은 남유럽 수요 증가에 힘입어 11분기 만에 매출 증가세로 돌아섰다.
롤랜드 카로얀 프랑스 금융기업 주식전략 담당은 “(내수 기업 중에서도) 매출이 예상을 상회한 기업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유럽 기업 성장과 유동성 등 호재로 유럽증시가 내년 말까지 40%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럽 기업 실적 안정세에도 성장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도 제기된다. 실적이 회복됐지만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환경이란 것이다. 저유가 역풍을 맞은 유럽 에너지 기업은 1분기 30%가량 이익이 감소했다. 로열더치쉘은 재고 변동과 특수 요인을 고려해 순수익이 56%나 줄었다. 대형 시장인 미국 경기회복이 주춤한 것도 변수다. 패션업체 버버리는 올해 이익전망을 지난 4월 예상보다 4000만파운드 낮췄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수익 변동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세계 자금 출입을 집계하는 시장조사업체 EPFR 글로벌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온 유럽 주식 펀드 자금 유입이 5월 이후 유출로 돌아선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