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6월, 에너지는 피곤하다

6월은 에너지 관련 결정 사항이 즐비하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호불호가 갈린다. ‘끝장’이란 단어가 딱 맞을 정도로 양보는 기대할 수 없다. 분명히 시한은 정해져 있는데 이 시한 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Photo Image

우선 정부 7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작업이 놓여 있다. 얼개를 짜맞춰야 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번 국회에서 호되게 혼쭐이 난 뒤에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잡으려니 구체적이지 않고, 안 잡으려니 국가 중장기 전력수립계획이 없다. 도통한 전문가라 할지라도 1년 뒤 갈피를 못 잡는 게 요즘 현실이다. 그런데 국가 전력수급 관련 15년 뒤(7차 수급계획기간이 2015~2029년) 계획을 잡자니 어불성설이 난무한다. 욕을 먹어도 계획을 짜야 한다. 그러다 보니 더 혼 날일 만 남았다.

오는 18일까지 결론을 내려하는 고리1호 원전 계속 운전 여부도 이슈다. 계속 운전을 결정하자니 안전성을 의심 받고, 철문을 닫으려니 원전 수명 결정과 폐로 경험이 전무하다. 어찌할 본보기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원전 활용도가 절대적이면서, 그에 대한 반발까지 절대적인 나라 사례가 지구상에 없는 것도 우리에겐 큰 시련이다. 이리저리 욕먹을 결정만 남았다.

핵과 관련된 영구불변 논란은 사용후 핵연료까지 이어진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할지를 묻는 국민 여론 수렴 절차가 이달 종료된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고, 한 차례 활동시한까지 반년 늘려 이달 어쨌든 결론이 나온다. 정부가 꼭 따라야 할 이유도 없고, 위원회도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시원하게 내지를 수 있지만 그래도 사안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첫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국민적 결정이란 부담도 실려 있다.

1년이든 2년이든 미룰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사안의 연속이다. 6월이 에너지 관련 정부 정책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몇 년 전부터 1년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전력피크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옮겨왔다. 한여름 뒤 잠깐 터진 전력수요에 전국이 순환정전 암흑을 겪은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에너지를 보는 산업계와 수요자의 균형된 인식과 시각이다. 정책 당국이 이런 복잡한 이슈와 현안에 묶여 있을수록 관련 정책과 서비스는 경직된다. 필연적으로 안전이나 관례 이탈 방지 쪽으로 결정이 모이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파격이나 새로운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예 넘볼 수 없는 벽을 치거나, 담을 쌓아버리면 이후에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진다. 정부가 여러 사안을 결정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정책적 유동성과 적절한 대응 여지다. 우리 스스로 틀을 짜고 벽을 세우면 그것 자체가 해결을 막는 차단벽이 된다.

국민 생활과 산업·경제 활동 근간인 ‘에너지’가 정말 피곤한 6월이다.

이를 맘껏 작동하게 해야만 위태로운 경제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를 흔들어서는 얻을 게 하나도 없다. 핵심은 결정이다. 미뤄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경제, 국민 여론을 감안해 분명한 정책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