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다. ‘벤처 신화’의 쓸쓸한 퇴장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되새기게 된다.
팬택은 여러 모로 아쉬운 브랜드다. 삐삐 벤처로 시작해 매출 3조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파죽지세 성장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던 때가 엊그제 같다. 스마트폰으로 시장변화가 급류를 탈 때도 한발 빠르게 치고 나가는 혁신이 돋보였다. ‘애플빠’나 ‘삼성까’처럼 팬택 스마트폰 브랜드 ‘베가’에 빗대 ‘베가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금도 청소년이 사고 싶은 스마트폰 목록엔 ‘베가폰’이 들어 있다. 미국 버라이즌, AT&T 등 유수 해외 통신사도 팬택이라는 브랜드에 신뢰감을 갖고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팬택 파산은 ‘파산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협력사까지 포함해 직간접으로 딸린 식구만 수만명이다. 팬택을 중심으로 20여년간 형성된 휴대폰 제조 생태계도 위험하다.
올해로 창립 24주년을 맞은 팬택은 이미 많은 직원이 그만두고 1100여명이 남았다. 파산하면 이마저도 회사를 떠나야 한다. 500여 협력사 직원은 7만명으로 추산된다. 연쇄파산으로 이어진다면 파장은 가늠하기도 힘들다.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도 구멍이 뚫린다. 팬택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협력업체에서 구입한 부품은 1조5000억원어치에 달한다. 가뜩이나 줄어든 국내 휴대폰 생산량도 급감할 처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국내 휴대폰 생산량은 2007년 8400만대에서 2013년 3800만대로 64.8% 감소했다.
20년 넘게 쌓아올린 기술력과 마케팅 노하우도 휴지조각이 된다. 팬택은 올해 1분기 기준 등록특허 4099건, 출원특허 1만4810건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구개발 투자 금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팬택의 비극이 한국경제 비극이 될 수 있다. 정부든, 채권자든 무조건 시장논리에 맡길 것이 아니라 팬택 가치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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