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로 낮췄다.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경제전망 자료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 3.1%로 발표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5월 3.8%에서 12월 3.5%로 낮춘 데 이어 재차 하향 조정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자원배분 비효율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으로 역동성이 저하됐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이 누적됐다. KDI에 앞서 한국은행이 이달 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수정했다.
KDI는 올해 내수는 완만하게 회복되지만 수출은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 둔화, 대외경쟁력 약화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전반적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이날 제시된 전망치 3%마저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구조개혁 성공, 기준금리 추가 인하, 세수결손 미발생이 전제된 수치라 사실상 2%대 성장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KDI는 부실기업 정리, 연금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 원활한 구조개혁 정책 추진으로 가시적 성과가 창출된다는 가정 아래 전망치를 산출했다. 기준금리를 1~2회 추가 인하하고 세수 목표치를 달성해 재정지출이 차질 없이 이뤄진다는 전제도 포함했다. 구조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한데다 올해도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3%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구조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통화·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만 3%가 나온다는 것은 경제 역동성이 저하됐고 제고 노력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며 “전제한 사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KDI는 정부가 당분간 추가 경기 대응에 나서지 않고 기존 재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수 전망을 현실화해 세입결손을 막고,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으로 구조개혁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가계부채 관련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 일본은 아베노믹스 3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성장전략을 앞세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베 내각은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고자 양적완화·재정정책과 함께 성장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성장전략 성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은 2013년 말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만들어 기업 사업 재편을 유도했다. 법인실효세율을 2013년 37.01%에서 올해 32.11%, 내년 31.33%로 인하한다. 장기적으로는 20%대로 낮출 방침이다. 의료·보건, 농업, 관광을 전략 육성 분야로 지목하고 규제개혁을 서둘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에 비해 우리 구조개혁은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신세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일본 성장전략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보고하면서 잠재성장률 제고 차원에서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 투자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상충이 없는 분야 규제개혁은 과감하게 추진하고 이해가 충돌하는 산업은 특정지역 혹은 기업맞춤형 규제개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규판 KIEP 일본팀장은 “아베노믹스의 세 화살 중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은 실패했지만 성장전략은 우리가 벤치마킹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료:KDI(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유선일 이호준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