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도 핀테크 바람이 거세다. 관광업이 주 수익원이었던 스페인이 IT와 스마트폰을 결합한 다양한 모바일결제 산업에 나서면서 ‘국경 없는 핀테크 대전’이 벌어질 태세다. 한국보다 이동통신 인프라와 IT는 낙후돼 있지만 다국간 간편결제와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핀테크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스페인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현지 대형 은행들이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에 나서며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스페인은행 BBVA는 약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해 금융·게임 융합 서비스 업체에 투자를 시작했고 미국 인터넷 은행과 빅데이터 기업을 인수해 금융과 IT를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산탄데르 은행도 1억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 모바일 머니 기업 모니타이즈(Monitise)에 투자해 모바일 결제 사업을 본격화했다. 스페인 핀테크 기업 페이터치는 지문을 이용한 생체인식 방식으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페인의 핀테크 전략은 철저한 차별화다. 관광업이 주 수익원이기 때문에 외국인 소비지출 규모가 크다. 여기에 착안해 다국간(크로스보더) 결제플랫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페인 지불결제는 크게 카드, 계좌이체, 자동이체, E머니 등이다. 결제는 카드와 자동이체가 전체 80%를 차지한다.
조만간 한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스페인이 강력한 경쟁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모바일결제 시장의 차기 플랫폼으로 불리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부문에서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BBVA는 NFC스티커와 연동한 모바일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반 HCE방식 모바일결제 플랫폼을 선보였다. 카이사 은행도 보다폰, 오렌지, 비자 유럽과 제휴해 NFC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가동했다. 별도 NFC스티커나 태그 없이 휴대폰 NFC 심카드를 삽입해 월렛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스페인이 한국과 다른 점은 금융사가 핀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고 인수를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종 스타트업 구분 없이 미국, 유럽 등 기술력 있는 기업을 발굴해 자사가 보유한 금융솔루션과 IT를 융합하는 혁신적인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스페인처럼 금융사의 적극적인 투자와 업무제휴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채중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핀테크 기업 대한 출자와 인수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며 “국내 금융사도 스타트업 투자확대와 다양한 사업영역 발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융합 모델을 발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