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광다이오드(LED) 업계 신규 증설 투자가 이어진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LED 업체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제동’을 예상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지속된다. 반면에 국내 업체들은 중국 공세에 밀려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신규 투자 여력도 없어 생존을 위한 사업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1위 LED 칩 생산업체 사난은 조만간 중국 정부로부터 30억달러 자금 지원을 받는다. LED 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장비 투자와 향후 시장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전력용 파워디바이스 생산을 위해서다.
사난은 지난해 정부 지원으로 유기화학금속증착장비(MOCVD) 신규 장비 100대를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업체와 생산량 격차를 크게 벌였다. 이 투자로 세계 최대 LED 칩 생산 업체 대만 에피스타 생산량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난은 MOCVD 장비 23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플립칩 등 고부가가치 LED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사난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자 중국 2위, 3위 업체들도 국비 확보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화찬세미텍(HCS)은 최근 완공한 쑤저우 공장에 MOCVD 장비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며 옥슨도 올해 들어 투자를 대폭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HIS는 올해 말 2인치 웨이퍼 생산량을 기준으로 사난이 에피스타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난, HCS, 옥슨 중국 3대 LED 칩 업체가 세계 시장 점유율 27%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사난을 포함해 6개 잠재 성장이 높은 업체를 선정, 총 270억달러를 투자한다. 공식 발표를 앞두고 분야별 후보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스타도 중국 공세에 밀려 주춤한 듯했으나 다시 신규 투자에 나섰다. 에피스타는 기존 보다 효율적인 생산 공정을 도입했으며 관련 장비 선정도 다음 달까지 끝낸다.
국내 업계는 몇 년째 신규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LG이노텍·일진디스플레이 등은 ‘감감무소식’이다. 서울반도체가 적자 경영에도 신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규모다. 중국 LED 칩 대비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업계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내수 시장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며 “성능 좋은 최신 장비로 생산된 LED 칩을 당해낼 장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중국업체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