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오는 7월 21일부터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맞춰 ‘신용카드 단말기 보안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행안을 끼워 넣고 IC카드에 대한 별도 홍보 없이 신규 가맹점에만 의무적으로 IC카드 거래를 도입하는 등 시장 혼란을 예고했다.
13일 금융위원회는 IC거래 및 신용카드 정보 암호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용카드 단말기 정보보호 기술기준’을 확정하고 결제 단말기 등록과 관리 방안 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핵심은 7월 21일부터 신규 가맹점은 보안 강화를 위해 여신금융협회 등이 제정한 보안표준을 충족하는 IC단말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가맹점에는 3년간의 설치 유예기간을 줬다.
문제는 7월까지 보안표준을 충족하는 카드 단말기 양산과 설치를 끝내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 암호화 등 보안 요건을 강화한 별도 POS단말기 등을 개발하고 인증을 거쳐 대량 생산에 걸리는 기간은 짧게 잡아도 4~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보안인증을 받는 데에만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된다.
한 POS제조사 관계자는 “2개월 만에 보안 요건을 충족한 단말기를 양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밴사와 가맹점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하는데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탐침 방지 의무화 등 보다 높은 요건의 보안표준을 제정했다가 여전법 시행을 앞두고 부랴부랴 요건을 대폭 완화한 바 있다.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말기 인증기관도 단 한 곳만을 선정했다가 최근 영세 인증기관 한 곳을 추가로 선정하는 등 한발 늦은 대책을 내놓았다.
MS카드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목적보다는 여전법 개정안 시기에 맞춰 졸속으로 땜질 처방을 내린 형국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제정한 보안표준에 맞춰 단말기기를 개발했던 일부 밴사는 탐침 방지 의무화 요건 등이 뒤늦게 빠지면서 제품을 다시 개발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 밴사는 제품 개발비만 수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IC카드 거래에 대한 가맹점 홍보 부족 등도 향후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기존 가맹점은 유예기간 적용에 따라 향후 3년간 긁는 마그네틱 거래가 허용된다. 반면에 신규가맹점은 의무적으로 카드를 꽂아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IC거래를 해야 한다.
IC카드 거래 방식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 민원은 가맹점 몫이다. 기존 카드거래에 익숙한 소비자 대상으로 신규 가맹점은 IC카드 거래 방식과 불만 등을 모두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밴 단말기 등록제도 시행된다. 여신금융협회는 보안요건을 충족한 단말기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미등록 단말기 설치 가맹점과 밴사에 과징금 부과 및 가맹점 가입제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