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세종의 새내기

Photo Image

정부세종청사에 새 기운이 느껴진다. 완연한 봄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오가는 사람 사이에 뭔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바로 신임 사무관이다.

최근 막내 사무관이 소속부처에 배치됐다. 낮에는 업무를 배우고, 저녁에는 선배들과 의기투합하는 ‘단합대회’도 한다.

신임 사무관은 현 고위공무원과는 행정고시 기준으로 30회 가까이 차이 난다. 까마득한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 마음이 부담스럽듯 이들을 지켜보는 선배 역시 만감이 교차한다.

“똑똑하고 언변도 뛰어나다”며 후배의 활약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신입을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는 어느 시대, 어느 조직에나 존재한다. 지금 후배를 걱정하는 선배 역시 과거 신입 시절엔 누군가에게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세종청사 신임 사무관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과거 수도권에서 시작한 선배와 달리 세종에서 공무원증을 받았다. 아직 많은 선배가 수도권에서 출퇴근하지만 대부분 바로 세종에 터를 잡았다.

여기서 선배의 걱정이 추가된다. 중앙행정기관 세종시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공무원의 내근직화가 심해졌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자 부지런히 다닌 공무원에게 돌아온 것은 잦은 외근으로 업무기강이 떨어졌다는 지적이었다. 그냥 편하게 세종에서 일찍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왔다.

그나마 선배는 현장을 다녀본 경험이라도 있지만 세종에서 시작하는 후배는 그런 노하우조차 없다. 자칫하다가는 앉은뱅이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한 부처 고참 과장은 신임 사무관의 활기찬 모습에 주목하면서도 “20년 뒤에도 그럴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새내기 사무관이 세종청사에 갇히지 않고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는 주역이 되는 것. 선후배 간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고민하고 도와야 할 숙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