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민간 '우주항공 시장' 막대한 자금에 들썩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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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민간 우주 업체 블루오리진(Blue Origin)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밴 혼에서 실험용 준궤도 우주선 ‘뉴셰퍼드(New Shepard)’를 성공리에 발사했다. 뉴셰퍼드가 이륙하는 장면. <사진=블루오리진>

민간 우주항공 시장이 들끓고 있다. 산업 중심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환되는 데 이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면서다.

냉전 시대,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시작된 우주항공산업은 천문학적 비용이 소모돼 국가 주도 생태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냉전이 끝나고 개발 예산 부담이 커진 각국 정부는 이를 민간에 이전, 시장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민간 우주산업 시장은 보잉 등 항공사 또는 방위 업체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우주선을 만드는 소재에서부터 기기에 탑재되는 센서 등 부품에 이르기까지 우주선 크기만큼이나 민간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스페이스파운데이션 조사 결과 지난 2013년 기준 세계 우주 시장 민간 매출 비중은 전체 74%를 차지했다.

최근 IT 재벌이 민간 우주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태어난 IT 기반 민간 업체는 눈부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선 초기 백만장자의 ‘배부른 취미’ 정도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직접 이를 진두지휘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발을 뗀 것은 블루오리진(Blue Origin)으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지난 2000년 설립했다. 일반 승객을 태워 대기권에서 우주를 관광하는 준궤도 우주여행선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이 회사는 미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차세대 우주왕복 셔틀 ‘스페이스플레인’ 개발에도 참여 중이다. 지난해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와 로켓엔진 개발협력을 맺기도 했다.

블루오리진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밴 혼에서 실험용 준궤도 우주선 ‘뉴셰퍼드(New Shepard)’를 성공리에 발사했다. 뉴셰퍼드는 고도 93㎞까지 솟아오른 뒤 추진 모듈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고 낙하했다. 재사용할 예정이었던 추진 모듈은 떨어질 때 유압시스템 압력이 감소해 회수하는 데 실패했지만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든 기준을 충족했다. 회사 측은 연내 우주비행사 2명과 일반인 6명을 태운 우주선 실험 발사를 재추진할 예정이다.

가장 눈부신 실적을 기록 중인 것은 지난 2002년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세운 스페이스X(SpaceX)다. 지난 2012년 5월 ‘팰컨9(Palcon9)’ 로켓으로 첫 우주화물선인 ‘드래곤(Dragon)’을 쏴 올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품을 배송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ISS에 최초 우주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배달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NASA와 16억달러(1조7280억원) 규모의 ‘우주 택배’ 12건 계약을 한 상태다.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ISS에 보내는 일명 ‘우주 택시’ 사업까지 보잉과 공동 수주했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도 빼놓을 수 없다. 버진갤럭틱은 지난 2004년 설립돼 자사 우주비행선 ‘스페이스십2(SS2)’를 활용, 회당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에 준궤도 우주관광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 선언했다. 고액이지만 할리우드 커플인 브래드 피트와 앤절리나 졸리,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유명인을 포함한 700명 이상이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11월 SS2가 시험비행 중 폭발, 2명 사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지만 브랜슨 회장은 이후에도 우주 관광 산업을 꾸준히 육성할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조지 화이트사이드 버진갤럭틱 CEO도 연내 신형 우주선 시험 비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도 지난 2011년 스트라토론치시스템스를 세우고 내년을 목표로 날개폭만 118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비행기를 제작 중이다. 이를 활용해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을 상공으로 운반한 뒤 우주로 발사한다는 계획으로, 첫 로켓 발사는 2018년으로 예정돼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지난 2012년 영화 ‘아마존’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함께 플래니터리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오는 2022년부터 소행성에서 여러 광물을 채취하는 ‘우주 광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NASA와 소행성 연구개발(R&D)에도 협력 중이다.

[이슈분석]민간 '우주항공 시장' 막대한 자금에 들썩 들썩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