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논란 중인 전자증권제가 올해는 도입될 전망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조세회피, 위조주권 사고 예방은 물론 시행 5년 간 4352억원 비용절감이 기대된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자본시장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공언했다. 5월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전자증권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증권제도는 발행, 양도, 상환, 담보 등 유가증권에 관한 모든 권리가 기존 실물증권에 의존하지 않고 전산화된 전자장부에 의해서만 발생되는 증권이다. 실물증권을 전자적 등록부에 등록하면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종이 주권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 논의가 거듭됐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10여년째 표류하고 있다.
증권거래는 대부분 네트워크상으로 이뤄지지만 실물이 없는 돈(유가증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는 것이 그동안 정부의 입장이었다. 전자화폐를 보는 시각과 같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거래의 안전성·효율성 증대와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 인프라가 국제적 기준과 많이 다르다”며 “실물증권 발행 부담을 줄이고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증권 발행·유통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증권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24일 법안소위에 첫 상정돼 논의가 이뤄졌지만 입법 필요성만 공감한 채 정부안이 제출되는 6월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부도 법안 기본 방향에 동의하고,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정부가 6월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6월 임시회 때 같이 병합해서 논의하는 것이 정부 의견”이라고 밝혔다.
국회 주변에선 금융위의 강력한 입법 의지가 확인된 이상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정기국회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모든 거래가 전자적으로 처리·관리돼 조세회피 목적의 음성거래가 원천 차단된다. 주식을 보유한 모든 투자자 정보가 전산시스템에 등록돼 과세·감독당국의 보유자 정보 파악도 쉬워진다.
지난달 발생한 나스미디어 위조주권 같은 사건 발생도 사라진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3년 위조·분실 등 사고 증권 규모는 1407억원에 달했다. 전자증권은 실물증권 보유로 발생하는 미수령주식, 실기주를 원천 제거해 투자자 재산권 보호도 가능하다.
가장 큰 이익은 실물증권 발행·보관·유통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향후 5년간 4352억원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증권 발행절차도 대폭 줄어 감자·합병 시 기존보다 최대 21일 단축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자증권제는 비용절감·위험감소·투명성 제고로 인해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주식사무 간소화로 상장기간이 줄어 신속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지고 모든 업무가 전자 방식으로 처리돼 핀테크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증권제도는 1983년 덴마크가 최초로 도입한 이래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같이 자본시장이 새로 구축되는 국가는 초기부터 도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1개국이 시행 중이다.
<제도 도입 후 5년간 시장참가자별 비용 절감효과 *운영비용 2458억원, 기회비용 181억원, 위험비용 1713억원 자료:2014년 12월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월 기준 시장참가자별 업무처리시간 절감효과 증권 발행·예탁 29.3만시간, 권리관리 1.4만시간, 정보관리 700시간 자료:부즈앨런해밀턴 보고서>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