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단말기 전환의 첫 단추는 영세가맹점에 1000억원의 기금을 투입해 무상으로 IC카드 단말기를 보급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MS카드 단말기를 무상으로 교체해주고 IC카드 사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1000억원의 기금은 이미 조성됐다. 사업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카드사가 불만을 제기했지만 공익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올해부터 단말기 보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보급사업 주체를 놓고 또한차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단말기 보급사업을 기존 밴사에 맡겨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밴사들이 그동안 대형가맹점에 막대한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개인정보 유출의 온산지라며 공공밴 설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반면 밴업계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보급사업보다는 이를 통한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보급할 수 있는 인프라도 없고 그만한 전문성도 없다며 질책했다.
보급주체 문제는 정치권으로도 이슈가 확대됐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영세상인을 위한 보급사업은 공공밴을 설립해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제시한 상황이다.
현재 보급사업 주체 선정은 공회전 중이다. 문제는 공공밴사를 선정한다고 해도 기존 밴 대리점과 가맹점간 체결한 약정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밴(VAN) 대리점은 영세가맹점에 결제단말기를 최소 1년에서 3년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무상으로 설치해 주는 ‘공짜 약정’을 맺는다. 밴대리점들은 공공밴을 통해 보급사업이 진행될 경우 최고 20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가맹점들에 물릴 계획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 농후하다.
영세가맹점 ‘POS 설치 및 밴(VAN) 이용 계약서’에 따르면 임의해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무상으로 결제단말기를 설치·유지보수해주는 대신 가맹점이 임의해지하거나 기기를 변경했을 때 해지 시점부터 위약금을 변상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통상 계약 체결 후 6개월 미만은 물품 총액의 300%를, 6개월 이상이면 200%를 변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POS의 경우 물품 총액은 약 300만원으로 책정하는데 6개월 내 밴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하면 900만원의 변상금을 가맹점이 물어야 한다. 캣(일반결제)단말기는 전국 영세가맹점 총액기준으로 발생 가능한 위약금이 약 1800억원 수준이며 POS단말기를 합치면 위약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IC결제 단말기 보급 사업에 기존 밴 대리점과 가맹점 약정 관련 대응책이 아예 빠져있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일반가맹점의 IC단말기 전환은 3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당초 보안강화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던 단말기 보급 사업은 이해관계자간 갈등만 조장하는 나락으로 빠져들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와 여러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보급사업 주체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