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에 [허여사의 여행칼럼]을 게재해 오고 있는 허미경씨가 네팔 지진 현장의 긴박했던 순간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허씨는 지진 발생일인 25일 여행중인 네팔의 카트만두의 거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허씨는 “습관처럼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는데 사진이 이상하게 심하게 흔들린다. 누군가 옆에서 나를 밀치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날 미는가 싶어서 돌아보는데 몸의 중심을 잡을수가 없다. 간신히 중심을 잡으려는데 바로 설수 없는 느낌이다. 앞서가던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와 부딪히고 우리는 서로 손을 잡으려고 바둥거리다 겨우 손을 잡았다. 지나가던 네팔 중년 남자가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울부짖는다. 난 몸의 중심을 못 잡는 것보다 낯선 네팔남자가 더 무서워 흔들리면서도 뿌리쳤다”며 지진 최초 시점의 상황을 전했다. 아래는 허미경씨가 전해온 [허여사의 여행칼럼] 전문과 사진이다. -편집자주-
한국인 사상자가 적은 이유?···활주로 없어 대한항공 2시간 선회하다 착륙
[허여사의 여행칼럼] 네팔지진 시작부터 네팔을 떠나기까지...
일상처럼 평범해보이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카트만두는 여전히 분주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텔로 돌아가서 트래킹짐을 풀고 점심먹을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두르바르광장을 거쳐 호텔로 갈까싶어 입장권을 꺼내서 챙겨놓기도 했다. 이때 두르바르광장을 지났더라면 지금 이글을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카트만두의 두르바르광장은 이번 지진의 최대피해지이다. 사진속의 골목은 두르바르광장에서 5분거리에 있는 골목길이다.

습관처럼 사진기를 꺼내서 사진을 찍는데 사진이 이상하게 심하게 흔들린다. 누군가 옆에서 나를 밀치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날 미는가 싶어서 돌아보는데 몸의 중심을 잡을수가 없다. 코를 잡고 열바퀴를 돌고 서서 중심을 잡으려는데 바로 설수 없는 느낌이다. 나도 휘청거리는데 앞서가던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와 부딪히고 우리는 서로 손을 잡으려고 바둥거리다 겨우 손을 잡았다. 지나가던 네팔 중년 남자가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울부짖는다. 난 몸의 중심을 못잡는것보다 낯선 네팔남자가 더 무서워 흔들리면서도 뿌리쳤다.

이 모든 소동은 4분에 걸쳐 일어났다. 가게들은 급하게 셔터문을 내리고 다들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4분이 지나서 진동이 멈추니 신기하게도 걱정스런 얼굴로 나타나서 뭐라고들 한다. 난 옆에 선 네팔사람에게 이런 일이 자주 있냐고 물어봤다. 2년전에 이런 일이 있었단다. 아직도 이 진동과 소동이 뭔지 정확하게 알수가 없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데 정확한 이유를 알수가 없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데 다 큰 개를 안고 있다. 한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명이 큰 개를 안고 나오는 모습이 희한하다. 다들 불안해 보이는데 정확하게 이유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 일단 호텔로 가서 이유를 알아보고 행동해야 할것 같아서 급하게 호텔로 향했다.

집안에서 있다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와 집을 살펴본다. 담벼락이 떨어져 나가고 집이 기울어있다. 올드스퀘어에서 타멜로 가는 골목길은 좁은데다 복잡하다. 여기저기 벽돌이 깨지고 떨어진 조각들이 산재하다. 5분만 일찍 이길로 들어섰더라면 눈앞이 아찔하다. 5분만 늦게 올드스퀘어로 들어섰더라면 우리는 카트만두 대참사를 피할수 없었을것이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허둥대고 고함치고 시내는 잠깐사이에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다들 불안해 보이는데 아직도 나는 이 소동의 이유를 알수가 없다. 인근의 공사장에서 대형사고가 났는지, 테러가 났는지 느낌이 불안한데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마무리된 일은 아닌듯 싶다. 일단 영어가 제대로 통하는 호텔로 가서 정확한 사유를 알아봐야 할것 같아 열심히 호텔로 걸었다.

호텔로 오는 길에 광장마다 사람들이 나와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다. 사고인지 테러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상하다.

우리가 묵던 호텔로 돌아와 보니 호텔 담벼락이 무너져서 길을 막고 있다. 호텔 주차장에서 만난 미국친구가 4일전에도 카트만두에서 약한 진동이 있었다 한다. 에베레스트트래킹중 만났던 친구는 미리 카트만두로 돌아와서 명상수련중이었는데 4일전 진동은 약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은 놀랍다 한다. 어쩐지 네팔사람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던 이유를 알것 같다.

호텔직원들과 손님들 모두 주차장에 모여있다. 직원에게 물으니 지진이라고 한다. 지진이란 것이 이런건가 싶으니 아찔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겪은 지진이란 것은 한번씩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 정도였는데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의 진동은 강도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공터에서 대피하고 건물안으로 들어가면 안된다한다. 낮시간이라 호텔투숙객은 많지 않고 대피자들 대부분은 네팔사람들과 중국인 가족이다.

맨바닥에 앉을까 고민하는 와중에 여진이 왔다. 진동이 크지는 않았지만 처음 지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라 다들 고함지르며 울부짖는다. 다행히 여진은 길지 않다. 하지만 짧은 1~2분간의 시간이 마치 심장의 두근거림을 하나하나 셀수 있을 정도로 길게 느껴져 1분이란 시간이 멈추지 않을것 같다.

벽돌건물은 지진에 취약하다. 네팔의 문화유산들이 대부분 벽돌로 쌓아진 건축물들이라 지진에 무방비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묵는 호텔 담벼락을 보니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대로 노상에서 밤을 새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늘은 점점 구름이 껴서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것 같다. 도시를 덮고 있는 까마귀떼가 한번씩 큰소리치고 날아오르면 땅은 진동하고 사람들은 껴안고 공포의 고함을 지르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정보들을 모은다. 지진이 7.9의 강도이고 사람 몇명이 죽고 지진의 진앙지는 람중이다. 누군가 소식하나를 전할때마다 탄식과 한숨이 터져나온다. 네팔청년이 젊은 여자를 데리고 오더니 영어할줄 아는 중국인을 찾는다. 여자는 계속 비명을 지르며 울고 영어 잘하는 중국남자가 나서서 통역을 한다. 올드스퀘어의 건물들이 무너지고 오빠가 그안에 깔렸다 한다. 네팔청년은 오빠가 죽은걸 확인하고 여자를 데리고 황급히 대피해서 데리고 왔다 한다. 다행히 대피장소에는 중국인들이 많아서 여자를 위로해주고 돌봐준다.

대피소에서 밤을 새는것은 아무래도 어려울것 같고 벽돌건물에는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인근의 새로지은 호텔을 알아봤다. 철근콘크리트건물인데다 기초공사도 튼튼히 했다 한다. 여진도 약해진데다 사람들도 돌아다니기 시작해서 굳이 광장대피소에 있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 호텔에는 방이 두개가 남아 있는데 2층과 5층이다. 당연히 2층을 선택했다. 이때 호텔을 잡은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겨우 맘을 추스리고 시내로 나갔다. 전신주가 택시위로 내려앉은 장면은 충격적이다. 다행히 기사와 승객은 보이지 않은걸 보니 인명피해는 없나 보다.

날이 밝은 일요일 아침 네팔사람들은 짐을 챙겨서 떠나가고 있다. 카트만두 여행자거리인 타멜의 젊은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당하는 재앙에 고향으로 짐을 싸서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호텔이나 식당 등은 직원들이 없어 영업이 어렵고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타멜은 수없이 다녀본 거리인데 이렇게 문을 닫은 경우는 처음 보는 광경이다.

기념품가게나 등산품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은 지내는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생필품가게들마저 다 문을 닫아버리니 여행자들은 타멜에서 지내기가 어렵다. 호텔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서 거리는 큰 배낭을 메고 잠자리를 찾아 헤매는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식당도 문을 열지 않아 여행자들은 모두들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행자들로 넘쳐나고 흥청거리던 거리는 그야말로 죽은 도시가 되어 버렸다.

두르바르광장의 피해가 크다고해서 확인차 호텔을 나섰다. 광장으로 가는 길에서 몇차례 무너진 건물을 만나게 된다. 구조대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난감해하는 표정들이다. 대지진은 4분만에 엄청난 충격으로 닥쳐와서 건물안에서 바로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비극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무너진 건물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너지지 않은 건물조차 안전하다고 볼수도 없는 형편이라 사람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밤새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잠을 잔 사람들이 여전히 텐트근처에서 머물고 있다. 단체로 식사를 준비해서 줄을 서서 배급받으면서 먹기도 하고 가족단위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네팔사람들 표정이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재난에 강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밖에서 자는 것도 잘 견디고 식재료가 없는 환경도 달밧으로 간단히 해결하면서 같이 견뎌 나간다. 갑자기 닥친 대지진임에도 생각외로 잘 대처해 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경제적으로는 빈국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세계최강이다. 왠만한 일은 노프라블럼이라며 오히려 나를 달래준다.

여러번 왔던 두르바르광장은 하누만광장부터 다 무너져 있다. 광장입구에 서있는 간판석이 무색하다. 몇년전에 왔을때도 사진찍고 며칠전에도 와서 구경하고 간 광장이 무너진 모습을 보니 감정이 착잡하다.

두르바르광장에는 남아있는 건축물이 없다. 주말이라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얼마나 많이 이곳에 있었을까를 생각하니 끔찍한 일이다. 이번 지진에서는 특히 중국인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4월은 히말라야등반시즌이라 유난히 관광객이 많은 시기인데 다행히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여행시기는 아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12월부터 2월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그것이 이번 지진에서 한국인피해를 줄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꾸마리하우스근처도 거의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광장전체가 이렇게 다 무너지다니 가히 지진의 규모를 짐작할수가 있다. 신기한 것은 꾸마리하우스가 멀쩡한 것이다. 금하나 가지 않고 광장전체에서 꾸마리하우스는 멀쩡하다. 광장이 다 무너졌다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꾸마리는 괜찮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무사하단다.

한쪽에서는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자리잡고 있다. 더이상 지진의 위험이 없다해도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있다.

정원이 있는 호텔에서는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자는 사람들도 있고 로비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식당에서 앉아서 밤을 보낸 사람들도 있다. 공항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이 돌자 사람들은 짐을 꾸려서 공항으로 떠나기 시작한다. 아직 일정이 남은 사람들도 일정을 취소하고 공항으로 가서 대기하고 귀국을 서두른다. 네팔에 도착하자 마자 지진을 만난 관광객은 아침이 되자 바로 공항으로 떠나기도 한다. 타멜시내는 점점 비어가는 느낌이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옆건물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건물사이에 있는 골목상단이 붙은 모습이 되었는데 언제 무너질지 걱정된다. 전기와 통신 수도가 끊어지면서 도시기능은 점점 마비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도 며칠을 더 버틸수 있을지 주인이 자신없어 한다. 첫날 아침은 훌륭하게 차려줬는데 시장볼수 있는 곳이 없다고 걱정을 한다. 다행인것은 손님들이 점점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들 일정을 포기하고 공항근처로 가서 귀국을 당겨보겠다면서 떠나고 있다.

도시 곳곳에는 군인들이 통제하는 구간이 많다. 균열이 심한 건물은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출입을 통제한다. 이 호텔은 일본인들이 많이 묵은 호텔인데 무너져서 투숙객 대부분이 생존이 어렵다한다.

대한항공이 예정대로 출발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우리는 원래 스케쥴대로 공항에 갔다. 공항은 혼잡했다. 공항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밖에 엄청난 규모로 대기중이고 그나마 겨우 들어간 공항안도 편히 앉을 자리조차 없다. 화장실은 물도 나오지 않는다. 공항에 비행기를 세울 자리가 없어 대한항공은 하늘에서 2시간을 돌다 겨우 내릴수가 있었다. 예정보다 3시간 늦게 출발하는 비행기지만 승객중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2015년 4월25일은 네팔역사상 최대재앙의 날이다. 땅이 흔들리면서 세상이 혼란스럽게 된 날이다. 아직도 위험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약해진 지반이 어떤 사태를 부를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진으로 아수라장이 된 네팔에서 사람들은 떠나고 있다. 필자 역시 안전한 집으로 돌아왔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문득 떠올랐다. 우리는 안전한 곳으로 떠나고 있는가? 우리 한국은 안전한 곳인가? 지구는 여기저기 몸살을 하듯이 이상증세를 보인다. 과연 완전히 안전한 곳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허여사의 여행상담실 http://cafe.daum.net/drivingt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