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메이저기업 `벽` 공고한 글로벌 시장

해외 국가·기업 자원개발 역사는 1970년대 시작된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됐다. 19세기 미국 동부에서 석유개발이 시작됐고, 석유가 수송 연료로 대두되면서 미·유럽 기업이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산유국인 중동 기업이 자국 이점을 살려 자원개발 기술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자원개발 시장은 미·유럽·중동 기업 놀이터가 됐다.

미국 엑슨모빌, 영국 BP, 네덜란드 로열더치셀, 프랑스 토탈 같은 전통 강호 기업이 시장을 선점했으며 최근 브라질, 러시아 기업까지 가세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통 메이저 기업은 초기 경쟁이 적은 이지(Easy) 오일 시장을 장악해 경쟁력을 확보했고, 산유국 기업이 자국 이점을 활용해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아람코, NIOC(이란), PDVSA(베네수엘라), CNPC(중국), 가즈프롬(러시아), 페트로나스(말레이시아), 페트로브라스(브라질) 등 이른바 신7자매로 불리는 기업이 전 세계 원유 확인 매장량의 80%, 생산량 30%를 차지했다.

글로벌 자원개발 투자심리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급락으로 얼어붙었다. 자원 개발비용 상승, 규제 강화로 투자비가 상승한데다 대규모 광구 개발이 진행돼 탐사·평가 실적도 저조해 채산성이 급락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우드매킨지는 2015년 자원개발 자본투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25% 하락한 22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메이저기업은 호심탐탐 반격 기회를 노리고 있다. 투자가 몰리지 않아 경쟁이 적은 지금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초대형급인 ‘요한 스베르드루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나섰다. 회수가능 자원량은 170억~300억배럴/일 수준이다. 최대 생산량은 60만배럴/일 규모다.

영국 정부는 자국 원유 생산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원유·가스 감세와 세율공제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광구분양도 나섰다.

자원개발 메이저가 저유가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사업에 나서는 것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자원가격이 높고 개발 비용이 낮을수록 수익이 상승한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거래되다 지금은 60달러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개발 비용을 낮추기 위한 R&D를 꾸준히 추진해온 메이저 기업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요한 스베르드루프’ 프로젝트는 브렌트 유가가 배럴당 41달러까지 떨어져도 수익률이 20% 이상이다. 북미시장에 진출한 산체스 에너지는 이글포드 내 카라리나 유전 개발비용을 40% 이상 절감해 유가하락 이전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했다. 콘초에너지도 새로운 수압파쇄 기술로 개발비용을 20%나 줄였다. 아람코는 원유 생산 후 잔류 원유를 회수하는 회수증진기술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페트로나스도 심해저 시추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우리나라 자원개발업계가 짧은 시간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새로운 자원개발 전략으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한 산업기술을 접목한 융·복합자원 개발 모델 발굴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원개발 분야 기업 대표는 “해외 메이저 기업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기회를 갖기 위해선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융·복합자원개발 모델 발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통합〃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유〃가스전 상황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디지털오일필드가 점차 확산됨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메이저 기업과 협업을 펼치는 것이 하나의 예”라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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