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과 ZTE 등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한국기업 기술과 콘셉트를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 네덜란드 필립스는 글로벌 금융그룹 알리안츠와 손잡고 ‘퍼스널 헬스테크(Personal HealthTech)’ 사업에 진출키로 하는 등 산업 융·복합 흐름 가속화도 확인됐다.
현지시각 26일 몰타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독일가전통신산업협회 주최로 ‘2015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가 열렸다. 국내 삼성과 LG가 제품을 전시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 하이얼과 모바일 기업인 ZTE, 필립스 등이 세계 언론인 300명을 대상으로 각각 별도 브리핑을 통해 자사 제품과 전략을 공개했다.
중국 회사는 여전히 제품과 콘셉트에서 국내 기업 콘셉트를 따오거나 유사 브랜드명을 이용하는 등 여전히 ‘혁신’보다는 ‘모방’에 기반한 제품이 많았다.
하이얼이 소개한 ‘뉴 하이얼 듀얼 드럼 세탁기’는 한 대 세탁기에 2개 드럼을 탑재해 분리 세탁이 가능하다. 두 대 세탁기를 하나 기기에 넣는 방식은 이미 LG전자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하이얼이 ‘세계 최초’라고 전시한 3개 쿨링 시스템을 갖춘 냉장고 ‘T도어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1개 상(上) 냉장실, 2개 하(下) 냉동실 구조를 채택한 제품인데 이 역시 LG전자가 지난 2012년 8월 4도어 디오스 냉장고(V9100)에서 선보인 콘셉트다.
ZTE는 파워 브리핑에서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소개했다. 제품 명칭이 한국 모바일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작인식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한 스마트폰 ‘블레이드S6’는 삼성전자 ‘갤럭시S6’를, 모바일 프로젝터 ‘스프로2(SPRO2)’는 LG전자 스마트폰 ‘지프로2’를 연상시켰다.
조명과 헬스케어를 양대축으로 사업을 재편 중인 네덜란드 필립스는 금융그룹 알리안츠와 손잡고 퍼스널 헬스테크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전자회사 의료기기와 보험사 빅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다.
필립스는 알리안츠와 함께 ‘허리통증’ 관련 솔루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사각형 모양 센서를 허리 부분에 부착하면 착용자 평소 생활자세 등 허리 건강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가 스마트폰으로 보내진다. 이는 보험사 빅데이터와 연계돼 처리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처방 또는 안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융합 비즈니스 모델로 필립스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노린다. 알리안츠는 피보험자 의료비 지급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인트줄리안(몰타)=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