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을 돕는 기구가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얻으려면 전기의 힘을 빌리는 게 필수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 같은 외부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논문에선 이런 전기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10%까지 보행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외골격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외골격 장치는 탄소섬유로 이뤄진 본체는 일반 의족과 비슷한 구조다. 하지만 발뒤꿈치를 덮는 부위에 스프링과 로프, 특수 클러치를 이용해 종아리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부품이 보인다. 이 부품이 효율을 높여주는 장치다.
뒤쪽 다리를 편 상태에선 스프링이 늘어난 상태가 됐다가 다시 밀어내면서 운동을 지원하는 구조다. 무릎 뒤쪽에 위치한 클러치는 일정 방향으로만 회전하며 스프링 수축을 조절하면서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인간이 걷는 운동을 돕고 효율적인 보행을 돕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외골격 장치를 이용해 인간의 신진대사 에너지 소비량이 얼마나 감소되는지 확인한 결과 본체 무게가 충분히 경량이라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프링 힘 역시 이런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을 가장 약하게 한 상태에서 서서히 올려 가면 일정 수준까지 대사율이 감소하면서 효율도 올랐다. 하지만 스프링을 너무 강하게 하면 반대로 신진대사가 증가해버렸다고 한다. 스프링이 너무 강해지면 스프링을 늘리기 위해 여분의 에너지를 더 소비한 것을 의미한다. 효율적인 보행이 되려면 스프링 강도를 최적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험 결과 이 장치를 이용해 보행에 필요한 에너지는 평균 7.3 %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전기를 이용한 일반 보조기구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외부 에너지를 이용하지 않고 효율을 높이는 건 영구기관에 가까운 궁극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는 인간의 걸음걸이에 아직도 비효율적인 부분이 남아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